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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버스 일단 '합격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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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서울시내에는 가끔씩 '색다른' 노선버스가 다니고 있다. 노란색 계통의 여늬 도시형 버스와는 다른 산뜻한 푸른색 겉모습이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29일부터 시험운행에 나선 천연가스(CNG)버스다.

공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CNG 버스 도입 계획에 따라 서울시는 현재 4개업체 5개노선에서 20대를 운행중이다. 대기 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회심의 카드' 로 여겨지는 이 버스의 시범운행 3개월을 맞아 추진 계획과 문제점 등을 알아본다.

◇ 언제까지 얼마나=환경부는 전국에서 2002년까지 5천대, 2007년까지는 2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올연말에는 10개 월드컵 개최도시에서 3백여대가 다니게 된다.

환경부는 3일 "승객.기사 등 2백68명을 대상으로 CNG 버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승객의 94%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내년초 3백52대를 추가 운행하고 2002년까지 2천대로 늘릴 예정이다. 2007년에는 서울시내 모든 노선버스(8천3백80대)를 CNG 버스로 교체, '경유 버스' 를 퇴출시킬 방침이다.

◇ 어떤 효과가 있나=대기 오염이 줄어드는 것이 최대의 효과. 서울시에 등록된 차량 중 버스.트럭 등 대형 경유차의 숫자는 2.8%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내뿜는 오염물질은 전체 차량 배기가스량의 34%를 차지한다.

특히 시내버스는 대도시 대기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반면 CNG버스는 경유 버스 보다 배출 가스를 70%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결과 매연은 아예 나오지 않았으며 오존 생성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도 경유버스의 37%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버스를 모두 CNG 차량으로 바꿀 경우 수송.난방.산업 등을 통털어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3.6%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고 분석했다.

오염 방지 외에 연료비가 절감되는 이점도 있다. 시범운행 결과 현재 가격 기준으로 1㎞를 달리는데 경유버스가 평균 2백47원이 드는데 비해 이 버스는 2백10원으로 15% 가량 싸다.

◇ 문제는 없나=무엇보다 충전시설 확보가 고민이다. 현재 서울의 충전소는 은평권역 공영차고지 단 한 곳이다.

차고지를 중심으로 2002년까지 40개의 충전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충전소가 위험시설로 인식되다 보니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은평 충전소를 세울때도 주민들이 반대해 서울시가 '도시가스를 보급해주겠다' 는 조건으로 겨우 달랬다.

서울시는 "천연가스는 LPG와는 달리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되더라도 공기중에 날아갈 뿐 아니라 자연발화 온도도 높아 안전하다" 고 강조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미더워하지 않는다.

CNG 버스 확대를 위한 관련 법령 정비와 유관기간 협조도 문제. 버스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과 충전소 확보를 위해 손봐야할 각종 법령이 건축법.도시계획법 시행령 등 15개에 이른다.

차고지가 서울시 인접 시.군과 군부대 주변에 있는 경우에는 해당 지자체와 군부대의 협조를 얻는 일도 만만찮다.

차값이 비싼 것도 보급을 막는 걸림돌이다. CNG 버스의 대당 가격은 8천1백만원으로 경유 버스보다 3천1백만원이나 높아 적자에 허덕이는 업체들이 도입을 꺼리고 있다.

버스업체들이 미온적으로 나오자 환경부와 지자체들은 대당 1천6백50만원으로 책정됐던 보조금을 2천2백50만원으로 늘리고 나머지 차액은 연리 5%(3년거치.5년분할 상환)로 대출해주며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서울시는 '버스 폐차 기간인 8년 동안 이 버스를 몰면 경유버스보다 대당 9백12만원이 이익' 이라는 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업체를 설득하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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