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획취재] 김포·김해공항서 마약 "통과통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9월 16일 오후 1시40분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2층 물품 검사대. 본지 취재팀 두 명이 양복 주머니와 소형 가방에 네 종류의 마약류를 나눠 넣고 검색대를 통과했다.

가방 안에 먹지로 싼 대마잎 한 움큼, 수첩 속에 숨긴 중국산 마약 분불랍명편 12정, 엑스터시 4정, 양복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대용마약 염산날부핀 앰풀과 주사기 2개. 중독자가 1주일 동안 복용하고도 남을 분량의 마약류다.

그러나 X레이 검색.몸수색 모두 무사 통과. 다음날 오전 7시 김해공항 검색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9월 28일 오후 서울 목동 국제 우체국 3층 통상 우편물 검사장. 하루 평균 10만건이 넘는 서신.소형 우편물이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하지만 화면이 흐릿해 내용물의 식별이 어려울 정도다.

도입한 지 13년이나 된 구형 흑백모니터. 세관 내부 문건에도 "D등급, 노후화로 정밀 판독이 불가능하다" 고 기록돼 있다.

한쪽에선 마약 탐지견 두 마리가 소포물의 냄새를 맡고 있다.그러나 하루 수만건 이상의 우편물을 탐지하는 이들의 실적은 거의 없다.

같은 날 오전 11시 인천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 이곳에서도 마약 탐지견 두 마리가 열심히 냄새를 맡고 있었다.그러나 역시 히로뽕 탐지 실적은 전무하다.

"무색 무취한 히로뽕 냄새는 거의 맡지 못한다" 고 이곳 세관 직원은 고백했다.마약류(類)를 걸러내야 할 그물이 너무 느슨하다.과학적인 감시 시스템의 부재(不在), 노후화한 감시 장비, 인력 부족,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 결여 등이 그 이유다.

올 상반기 적발된 외국산 히로뽕은 21.9㎏. 이중 통관 과정에서 걸러진 것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정선태 대검 마약과장은 "적발된 마약은 전체 반입 추정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반대로 마약류 반입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엔 말린 고추 속에 2~3㎝ 정도로 자른 음료수용 빨대를 꽂고 그 속에 태국산 야바(정제형 히로뽕)를 숨기는 기상천외한 수법이 적발됐다.

마약상들은 "고추.마늘은 기본, 냉동 생선이나 뱀 속에 히로뽕을 넣어 들여오는 방법도 사용된다" 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그나마 적발하는 것의 90%는 사전 정보에 의한 것" 이라며 "중.소량으로 반입되는 마약류에 대해선 사실상 속수무책" 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이상복.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