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마약 소탕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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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 각국은 갈수록 지능화하는 마약 밀거래 수법에 몸살을 앓고 있다.특히 인터넷을 통한 국경 없는 밀거래는 단속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각국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마약전쟁 무용론' 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1~2년 사이 세계 각국에서 보고한 사례들은 흥미롭다.나라 구분 없이 밀반입 수법도 비슷한 양상을 띠는 게 특징. 지난해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부활절 계란 속, 목각인형 배 안, 박제 거북이 속, 컴퓨터 하드드라이버 속에 마약을 넣어 밀반입하는 등 기상천외한 수법들이 속속 적발됐다.

세계 최대 마약 소비국인 미국에선 각 기관들이 통합된 마약단속국(DEA)이 소탕작전을 지휘하고 있다.국정원.검찰.경찰.보건복지부 등으로 다원화된 우리와는 다르다.

올 예산만 15억여달러. 1996년 10억달러 수준에서 4년만에 50% 이상 증가했다.고용 수사관만 9천1백32명, 지부도 2백22곳에 이른다.주 정부 내에서 훈련 중인 예비요원까지 합치면 4만명을 훌쩍 넘는다.

미국은 콜롬비아 정부에 마약단속을 위해 지난해에만 2억8천9백만달러를 지원했다."마약전쟁을 위해서라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하지만 최근 가장 강력한 '전쟁' 을 벌이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제2의 아편전쟁' 을 선언한 상태다.중국 마약백서에 따르면 마약 복용자 수는 91년 14만8천명에서 95년 52만명, 지난해에는 68만1천명으로 해마다 52.6%의 폭발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마약은 중화민국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대사건으로 간주해야 한다" 는 게 이 백서의 주장이다.중국에선 마약거래자는 무조건 공개 총살형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해 모두 2.1t의 마약을 적발, 사상 최대 검거기록을 세웠다.이 중 히로뽕의 검거량만 1.5t에 이르자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 정부는 최근 검.경을 모두 동원하는 강도높은 대책을 세우고 있다.

'마약 없는 세상은 우리가 만든다' .' 마약을 지구촌에서 몰아내기 위한 비정부기구(NGO)들의 활약상도 주목된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하마에 본부를 둔 드럭워치 인터내셔널(DWI)과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하젤라 노르딕 네트워크 등이 유명하다.

이들 단체는 지역.국가간 네트워크를 구축, 개별 국가의 정책을 감시하고 활발한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중독자들을 위한 재활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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