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대마, 중국산 마약 분불랍명편(芬拉明片)과 펜타민 알약, 신종 마약 엑스터시(일명 도리도리), 대용(代用)마약 염산날부핀.
중앙일보 취재팀 2명이 72시간 동안 국내 각지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마약류 목록이다.
비용은 모두 1백40만원. 1년 전만 해도 3백만원 이상 하던 물량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문에서 구입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어려움을 느낄 수 없었다.
지난달 14일 오전 1시 인천 남동구 A모텔 304호실. 40대 초반의 남자가 취재팀 2명 앞에 히로뽕 1g을 내밀었다. 30여회분으로 가격은 1백만원. 서울 근교 유흥가의 한 단란주점 마담에게 휴대폰 번호를 남긴 지 불과 48시간 만.
같은 날 오후 8시 대마 재배 산지가 밀집해 있는 충남 서해안 한 낚시터. 낚시꾼을 가장한 취재팀이 대마초 얘기를 꺼내자 20대 남자가 대마 한 움큼을 내밀었다.
"한 봉투에 15만원씩 구해줄 수 있다" 며 "서울에서 유행하는 알약(마약)과 교환하자" 고 제안해 왔다.
점(點)조직을 통한 은밀한 마약거래는 이제 옛날 이야기다. 마음만 먹으면 마약은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외국산 마약의 반입량은 적발된 것만 올 상반기 2만6천7백여g.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1% 증가했다.
그러나 반입 수법의 지능화와 물류(物流)서비스의 향상 등으로 적발되지 않는 마약이 엄청날 것으로 검찰 등 관계기관에선 진단한다.
지난달 13일 밤 무작위로 찾아들어간 서울 영등포의 한 단란주점. 여종업원에게 취재팀의 한 기자가 마약중독자라고 속이자 K양(25)은 "얼마 전 히로뽕 1g을 50만원이라는 헐값에 샀다" 며 "원하면 팔겠다" 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일단 먼저 써보라" 며 중국산 신종 마약 12알을 내밀었다.
취재팀은 지난달 15일 'www.xxxxxstore.nl' 등 마약 판매 사이트에 엑스터시 6캡슐을 12달러50센트에 신용 카드로 주문했다.
그러자 정확히 이틀 후 "물건을 소형소포로 포장해 택배(宅配)로 보냈다. 집에서 받아보라" 는 e-메일이 도착했다.
정선태(鄭善太)대검 마약과장은 "값싼 중국산 마약의 대량 유입과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국제간 거래가 마약 대중화를 부추기고 있다" 며 "전 국민적인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 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이상복.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