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이 27로 손뺀 곳을 응징하자 쿵제 9단은 28로 벌려 계속 빠르게 움직인다. 박영훈 득의의 ‘실리 전법’을 쿵제가 거꾸로 사용하는 모습이다. 29로 하나 걸쳐 놓고 31로 잡았다. 31은 매우 큰 수. 이것으로 흑도 백의 실리에 대응할 만한 진지를 구축했다(31로 ‘참고도1’ 흑1로 받는 것은 백2~6까지의 상용수법이 안성맞춤이 된다). 초반에 가볍게 삐걱거리긴 했으나 흑도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한데 쿵제가 32로 붙여왔을 때 박영훈은 다시 갈등에 빠져든다. B로 받으면 C로 갈라칠 것이다. 따라서 ‘참고도2’ 흑1쯤 두고 백이 귀를 안정시킬 때 3에 두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박영훈의 손이 갑자기 33까지 달려가버렸다.
“미쳤다. 가까이 가선 안 되는 곳을 가버렸다.” 박영훈 9단은 국후 33을 크게 후회하며 고개를 저었다. 빗나간 33으로 인해 박영훈은 그만 호랑이 등에 타고 만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