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변화·경쟁의 촉매 '대학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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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학교 또는 국가든 경쟁은 자기 발전의 동인이 되고 있다.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은 시간이 지나면 썩듯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의식이 없는 개체는 궁극적으로 도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변화를 싫어하고 경쟁의식이 퇴색된 곳이 대학을 포함한 교육계가 아닌가 싶다. 소리 없이 개혁의 파열음을 가장 크게 내고 있는 곳이 교육의 현장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현실에서 중앙일보가 6년째 연중 기획으로 실시한 대학평가 결과 발표는 대학 사회에 변화와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대학에 따라 희비가 갈리겠지만 평가의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공적자금' 기획 액수 치중

그러나 발표 결과가 영향력이 있으려면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위원을 구성하고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현행 평가팀 외에 각 분야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면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평가 내용에 기업이나 정부 등 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하는 소위 교육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했으면 한다.

의과대학의 유무와 두뇌한국(BK)21 과제에 참여한 초빙교수를 전임 교수로 인정하느냐 여부에 따라 평균적인 교수 대 대학생 비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비교 기준의 통일화가 평가결과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10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관한 9월 26일과 27일 두 차례의 기획취재는 언론의 계도 기능에 적합한 내용이다.

의료보험 통합과 마찬가지로 기초생활보장제도도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믿음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후쿠야마 교수가 'Trust' 란 저서에 언급한 대로 우리 사회는 신뢰가 부족한지도 모른다.

의사.변호사들을 포함한 자영업자들이 자기의 소득을 성실히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듯이, 상당한 재산이 있으면서도 거짓으로 빈곤층이라고 신고한 '가짜 빈곤층' 이 많이 있을 수 있다.

*** 권력층에 쓴소리 통쾌

이러한 기사를 다룰 때 단지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실만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 기획취재답게 우리 사회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었으면 한다.

혜택을 받아서는 안될 계층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할 객관적인 기준과 그러한 사람들을 색출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이것들은 바로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기사에서는 또, 이 세상에 '공짜 점심' 은 없으며 근로는 신성한 것임을 강조했어야 했다. 이렇게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천민자본주의가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철저한 분석이 첨부됐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세 차례 보도된 '왜 공적자금인가' (9월 23~25일)는 기획 의도는 좋은데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적자금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왜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됐고, 투입의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지난 30~40년 동안 고속성장 과정에서 쌓인 적폐를 청소하고 있다. 다시 이같은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남미처럼 경제위기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당장의 부담이 크다 할지라도 충분한 자금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투입해 미국과 같이 장기적인 경제활황 분위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독자에게 던져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감각을 갖게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짧았던 겨울의 후유증' (9월 28일 6면)이란 중앙포럼은 언론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 통쾌한 칼럼이었다.

권력의 문제점을 과감히 지적하는 언론인.지식인들이 많아야 그 사회는 발전하는 법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충정에서 우러나온 쓴 소리는 권력층을 위해서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한국증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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