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무는 이번 모터쇼에 나온 신차 가운데 최고의 디자인을 가리는 ‘2010 아이즈온 디자인’ 심사위원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뽑혔다. 국산차가 기술 면에서는 선진업체를 쫓아가는 형편이지만 디자인만큼은 뒤질 게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쏘나타는 중형차로는 드문 쿠페형에다 옆면에 다이내믹한 굵은 선을 채택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차와 비슷한 느낌을 줬던 현대차가 디자인으로 자기 색깔을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 전무는 “자동차 디자인은 멋진 차를 갖고 싶은 욕구를 채워줄 뿐 아니라 감성적인 자극을 더해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며 “누구나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과 어울려 쏘나타가 인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 서석고,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현대차 디자인연구소에 입사했다. 89년 회사 연수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집념과 끈기를 강조하는 그는 유학 시절 35만 달러(약 4억원)의 저예산으로 티뷰론의 모태가 된 컨셉트카를 디자인해 93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출품했다. 당시 이 차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에 커버 사진으로 실렸다.
김 부사장은 GM의 글로벌 소형차인 ‘시보레 크루즈(라세티 프리미어)’와 미국에 출시될 첫 경차인 ‘시보레 스파크(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디자인했다. 이 때문에 모터쇼 기간 동안 디트로이트 방송, 오토위크(자동차 전문지), 카디자인뉴스 등 30여 개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크루즈는 간결하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고, 스파크는 모터사이클 분위기가 나는 인테리어가 화제가 됐다. 특히 스파크는 영화 ‘트랜스포머 2’에도 등장해 관심이 더해졌다.
김 부사장은 “자동차 디자인은 살아서 쏜살같이 튀어 나갈 듯한 역동성이 중요하다”며 “작은 선들로 치장하기보다는 간결하면서 질리지 않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장훈고와 미국 브리검영 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RCA를 졸업한 뒤 91년 당시 최대 규모의 자동차 디자인 전문업체인 영국 I.A.D에 입사했다. 이후 2000∼2005년 이탈리아 피아트에서 디자인 컨설턴트를 맡았다. 그가 2002년 디자인한 컨셉트카는 그 다음해 제네바 모터쇼에 ‘3+1’이라는 이름으로 출품됐다. 이 차는 이후 피아트가 양산차로 개발, 소형차의 명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피아트500’으로 이어졌다.
디트로이트=김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