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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이 경험한 백두산 관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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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두산 관광은 혼란스러웠다."

남북한의 교환관광 합의에 따라 백두산에 갔다 온(22~28일) 여야의원 3명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3명은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수원팔달.35).민주당 최용규(崔龍圭.인천부평을.44).자민련 정진석(鄭鎭碩.공주 - 연기.40)의원.

국회 문화관광위 간사 자격으로 관광을 갔던 이들은 북한의 백두산 관광일정이 '일방적' 이라는 이유로 이틀간 관광을 거부하기도 했다.

▶관광코스가 김일성(金日成)주석 항일유적지에 한정됐고▶다음 일정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젊은 3인 의원은 "북한이 확실히 유연해 졌다" 고 평가하면서도 "항일유적지에 편중된 '묻지마 관광' 형식은 시정돼야 한다" 고 한 목소리를 냈다.

◇ 백두산 관광 거부 사태=鄭의원은 "지난 23일 새벽 백두산 천지를 다녀온 직후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했다는 '삼지연 혁명사적지' 를 둘러봤고, 북측은 저녁 만찬 직전에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지인 '밀영지' 를 소개하는 영화를 관람시켰다" 며 " '이래선 안되겠다' 는 생각이 들어 동료 의원들과 의논한 끝에 북측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우리들의 관광 보이콧에 당황한 것 같았다" 며 "나중에 '김정일 위원장께서 일정을 조정토록 했다' 며 예정에 없던 묘향산 관광(27일)과 출발 당일(28일) 평양시내 관광을 허용했다" 고 설명했다.

당초 북한은 노동당 창당 55주년 10.10절 행사를 이유로 평양 관광을 불허했다.

◇ 북측의 유연한 자세와 '대한민국 만세' 해프닝〓의원들은 "관광을 거부했을 때 함께 간 다른 일행들은 '참아라' 고 했지만 오히려 북측이 평양관광을 새로 제안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여 놀랐다" 고 전했다.

崔의원은 "북한이 정서적으로 변하려면 역시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 "그러나 북측의 정중하고 친절한 태도는 인상깊었다" 고 말했다.

26일 관광단이 압록강변에 도착한 직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 는 사진기자의 요청을 받은 南의원은 "대한민국 만세" 를 외쳤다. 이에 놀란 북측 인사는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냐" 며 반발했다.

이날 저녁 만찬에서 정상회담 북측 실무단장이었던 김영성 내각책임참사가 "한나라당 대표라고 신경을 썼는데 너무 화가 난다" 고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南의원은 "무의식적이었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 해명 겸 사과를 했다.

◇ 관광단 "일정 조정해야" 목소리= "일정에 대한 사전 조율도 안된 채 무턱대고 현지에 가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야 다음날 일정을 알게 되는 것도 관광입니까. " 관광단에 포함됐던 체육인 K씨의 불만이다.

두차례나 출발이 연기된 데 대해 지적하며 "문화관광부측이 북한측과 관광 일정에 대한 사전 조율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고 말했다. 심지어 아침식사 뒤 당일 일정을 통보받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관광단원들은 "북측의 환대에는 모두가 고맙게 생각했지만 관광지마다 주체사상 홍보가 빠지지 않아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 덧붙였다.

이수호 기자.백두산관광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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