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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짚고 인도등 배낭여행 장애인 이상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인도.네팔을 6개월 동안 배낭여행하고 최근 돌아온 이상문(李相文.39.경남 창원시 중앙동)씨는 1급 장애인이다.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 때문에 목발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초 혼자서 인도 뭄바이공항에 내려 6개월 동안 인도대륙과 히말라야 산자락을 누볐다. 배낭을 메고 혼자 버스.기차를 갈아 타며 인도의 구석 구석을 다녔다.

잠은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고, 교통편은 값싼 시설만 이용하는 등 배낭여행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하루 평균 5천5백원 정도의 여행경비만 썼다.

목발을 하도 짚어 겨드랑이와 양손에 생긴 물집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李씨는 절망상태에서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공무원이었던 그는 친구의 대출보증을 섰다가 빚더미에 안게됐다. 쥐꼬리만한 월급마저 절반을 압류당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사표를 던지고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준비물이라고는 부러지지 않는 알루미늄 목발 뿐이었다.

"육체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인도의 빈민촌을 돌아보면 새로운 힘이 생길 걸로 생각했죠."

캘커타의 빈민촌에서 20여 일 보냈다. 길가에는 시체와 죽어가는 사람이 즐비했다. 동물우리같은 곳에서 일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삶에 애착이 생겼다.

인도문명의 중심인 델리.아그라 등 주요 도시와 리시케쉬.하르드와르 등 힌두성지, 쿠시나가르.사르나트.보드가야 등 불교성지를 들렀다. 여행 중에 만난 티베트 승려의 배려로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로 가서 달라이 라마를 30분 동안 접견하는 행운도 누렸다.

네팔로 넘어가 짐꾼도 없이 안나푸르나봉 트레킹을 마쳤다. 나야풀(해발 1천m)에서 안나푸르나봉이 한눈에 보이는 푼힐(해발 3천1백m)까지 40여㎞를 열흘 동안 세 발로 걸었다.

돌밭인 경사길을 내려오다 나동그라지기를 수십 차례.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버스를 타는 것. 인도.네팔의 버스는 바닥이 높아 배낭과 목발을 버스 안으로 던져 놓은 뒤 기어 올라야 했다. 버스를 오를 때마다 승객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인생이 힘들면 인도를 다녀 오십시오. 가난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

李씨는 힘들었던 여행경험을 곧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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