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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기초생활보장 개선책 <下>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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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돈' 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공공과 민간의 복지 자원들이 촘촘히 엮어져 빈곤층을 지원해야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다. 현장에 맞게 '인프라' 를 구축하고, '네트워크' 도 잘 짜자는 것이다.

◇ 제도 보완=빈곤층으로 선정만 되면 여러 보장을 받고, 탈락하면 거의 혜택을 못받는 지원 방식이 문제다.

3년 전부터 남편이 실직상태인 金모(35.여)씨. 11평짜리 단독주택(시가 3천5백만원)이 재산기준에 걸려 빈곤층 요건이 안된다. 자녀들(4세, 6세)을 돌보느라 일을 나가기도 힘들다. 그런데 집을 팔아 빈곤층이 되면 최저생계를 보장받고, 11만5천원의 보육비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정부도 교육비나 의료비만 지원해주는 특례기준을 만들긴 했으나 한계가 있다.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김진수 교수는 "의료비가 필요한 빈곤층에겐 의료비만 주고, 생계비가 필요한 빈곤층은 생계비만 주는 식의 세분화된 지원이 나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자활 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노는 사람이나 똑같은 보장을 받는 것도 문제다. 근로 유인책이 없다는 것이다. 근로소득의 일정 부분을 별도로 인정해주는 소득공제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다.

서울 노원자활지원센터 김홍일 소장은 "소득공제를 해주지 않으면 근로의욕을 감퇴시켜 되레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정부는 2002년부터 모든 빈곤층을 대상으로 10%의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예컨대 50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최저생계비에 소득의 10%인 5만원을 더 얹어준다는 것이다.

◇ 사회복지사 확충=빈곤층 선정.관리를 총괄하는 사회복지사가 충분히 확보되고, 수준이 높아야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 현재는 4천8백명. 선진국 사회복지사는 1인당 1백가구 정도를 맡는 반면 우리는 1인당 평균 2백50가구를 담당한다.

사회복지사들이 고유 업무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남 진주시의 한 복지사는 "매일 야근을 해도 기초생활보장제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데 얼마 전엔 아침에는 교통캠페인에 불려나가고, 낮에는 태풍피해 조사에도 동원됐다" 고 하소연했다.

◇ 사회복지 서비스 보강=대졸자인 趙모(27.강원도 태백시)씨는 진폐증 환자인 아버지(61)를 돌보느라 태백에 눌러 앉았다.

태백고용안정센터 관계자는 "趙씨의 경우 아버지를 보살펴줄 복지기관만 있으면 외지 취업이 가능하지만 태백에는 그런 기관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빈곤층 중엔 치매노인이나 장애인, 영.유아 등을 돌보느라 일을 못하는 이도 많다. 이들을 대신 맡아줄 사회복지 서비스가 충분치 않아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이달 초 표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주시는 의료.상담서비스 기관이 세곳, 장애인 복지관은 한곳뿐이다. 충남 연기군은 복지서비스를 전담하는 공공기관이 없고 노인.장애인.부랑인 보호시설만 몇곳 있다.

◇ 자활기관.지자체 네트워크 구축=지자체.자활기관.고용안정센터.사회복지관.민간단체 등 지역내 관련기관들로 구성된 협의체 역할이 중요하다.

자활대상자를 서로 떠넘기지 않으려면 개인정보는 물론 일자리와 훈련코스 등을 서로 주고 받고, 시설을 공유하는 등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한다.

기획취재팀=고현곤.이상렬.김현승.조민근.홍주연 기자

제보=02-751-5216, 5217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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