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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터뷰] “삼성생명 상장 땐 지분 매입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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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공단 건물 외벽에는 ‘국민을 든든하게, 연금을 튼튼하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달 2일 전광우(사진) 이사장이 취임한 뒤 새로 만든 경영 슬로건이다. 그가 부임한 뒤 간부들은 토요일에도 쉬지 못한다. 모두 나와 전 이사장과 연금의 미래 비전을 놓고 집중 토론한다. 전 이사장은 ▶노사문화 선진화를 핵심으로 한 경영혁신 ▶베이비 부머 조기은퇴 시대를 맞은 새로운 미래비전 제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는 토대 마련 등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 이사장과 일문일답.

-올해 국민연금 투자의 원칙은.

“리스크 관리는 철저히, 투자 다변화는 적극적으로 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올해 주식 투자는 어떻게 하나.

“올해 연말이 되면 전체 기금의 16.6%(현재 13%)가 주식에 투자돼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13조원을 새로 투자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월 1조원 이상 주식을 산다는 뜻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5%포인트를 더 살 수도 덜 살 수도 있다. 5%만 해도 15조원이다.”

-최근 금호생명 인수에 참여했는데.

“우리의 기대 수익에 맞아서 들어간 것이다. 지금은 새로 제안 받은 기업 매물은 없다.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할 것이다. 민영화되는 은행에도 지분 참여가 가능하나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갈 것이다. 우리은행이든 산업은행이든 관계없다. 핵심 대주주로 들어가 경영을 컨트롤하는 것은 우리 방침에 맞지 않는다. 주식 시장에 새로 등록하는 기업이 있으면 검토할 것이다. 삼성생명이 올해 나오면 검토할 예정이다.”

-올 주총에서 의결권을 강화하겠다는데.

“의결권 강화가 경영 간섭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기업 가치를 올려 배당이나 주가 상승, 나아가 연금 수익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우리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주총 때 우리 연금의 안건 반대 비율이 6.6%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연금(10%), 캐나다(15%)에 비해 훨씬 낮다. 의결권을 강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사외이사 파견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연금 운용 수익을 1%포인트 높이면 연금 기금 고갈을 10년 막을 수 있고 2%포인트 높이면 고갈을 영원히 없앨 수도 있다.”

-광물 등 원자재 투자를 늘릴 예정인가.

“원자력 발전은 전략산업이자 성장산업이다. 연금수익성 측면에서 시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우라늄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연금의 장기적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부합하면 원유 등 모든 형태의 자원 투자를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다.”

-올해 공공부문 선진화 계획, 전임자 축소 등 노사 현안이 많을 것 같은데.

“여러 해째 생산적인 노조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 대화나 설득을 계속하되 법과 원칙을 따르겠다. 내가 이 일을 맡은 이상 대충 편리하게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중장기적으로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고통을 감내할 방침이다. ”

-올해 베이비 붐 세대들의 조기은퇴가 시작된다.

“조기은퇴자 중 연금 받을 조건(10년 납부)이 안 되는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절반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가입자의 노후 설계를 지원하고 국민을 상대로 ‘은퇴 이후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정부는 내년부터 기초수급자 바로 위 차상위 저소득층 13만 명의 연금보험료를 매달 2만7200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

글=신성식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전광우 이사장=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뒤 세계은행에서 15년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다. 1998년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와 국제금융센터 소장을 거쳤다. 2001년 우리금융그룹 총괄부회장 등에 이어 금융위원회 초대 위원장(장관급)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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