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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아르바이트 임금 착취 심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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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실업계 고교에 다니는 金모(17)군은 지난 한달 동안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매일 10시간 가까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기로 하고 월급 60만원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한달 동안 일한 뒤 金군이 받은 월급은 30만원도 되지 않았다. '오토바이 면허도 없고 고용조차 불법이어서 위험부담에 해당하는 액수를 깎는다' 는 게 주인의 설명이었다.

음식 배달.전단지 돌리기.주유소 급유.패스트푸드점 등 10대들의 아르바이트가 늘고 있지만 업주들의 노동력 착취가 심각하다.

▶임금을 못받거나▶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고▶밤 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최저 임금에 못미치는 돈을 받는 등 온갖 불이익에 시달리는 근로 청소년들이 많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청소년 근로를 원칙적으로 규제할 뿐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YMCA 청소년 쉼터가 1995년 서울 시내 남녀 고교생 1천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 는 학생이 인문계생 83.2%, 실업계생 90.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서울 시내 남녀 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39.3%가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다' 고 답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대부분이 불법이다. 근로기준법상 만 15~18세의 청소년이 일을 하려면 호적증명서와 부모의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

일부 악덕 업주들은 이를 꺼리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악용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또 학생 입장에서 아르바이트가 가능한 휴일근무는 금지하고 있다.

YMCA 청소년 쉼터 박금혜(朴琴惠)실장은 "이미 소비의 주체가 된 10대들에게 일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바꿔야 한다" 며 "공공직업소개소를 양성하고 권리 구제 창구를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책을 마련해야 할 때" 라고 말했다.

◇ 선진국은=청소년 아르바이트가 보편화해 있어 양성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르바이트가 진로탐색과 직업훈련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인력개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인력개발 지원기관인 HRDC에는 청소년 부문이 독립적으로 설치돼 있고 인턴십 등을 통해 정부.기업.민간단체와 연계해 운영되고 있다.

대만에서도 지난해 민간운동단체인 '청소년육성재단' 이 청소년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이들 단체와 함께 일자리를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에 청소년 노동권 관련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제도적 지원책을 펴고 있다.

이지영.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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