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국 방문한 불가리아 작가 카다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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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노벨 문학상을 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특히 작고 고통받는 나라 국민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상을 받지 못한 위대한 작가들도 많습니다. "

1990년대 들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는 불가리아 출신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25일 한국에 왔다.

알바니아에서 인민회의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카다레는 90년 프랑스로 망명했으며 '부서진 사월' '죽은 군대의 장군' 등의 소설을 썼다.

파리에서 번역 출간된 이청준씨의 소설을 읽고 한국문학의 깊이에 반했다는 카다레는 "한국문학이 유럽에 소개가 안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고 밝혔다.

독재체재에 반대하는 문학활동을 펼쳤음에도 카다레는 문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순수문학주의자.

"어느 나라.시대에나 '좋은 문학' 과 '나쁜 문학' 이 존재합니다. 좋은 문학은 정치나 사회 현실을 떠나 문학의 자율성과 예술성에 충실한 작품이죠. 때문에 인류 공통의 자산으로 남게 됩니다. 반면 나쁜 문학은 이념이나 시대의 유행에 따르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주의나 독재체제에서는 그 체제를 떠받치든지 반대하는 문학이 나쁜 문학이라면, 자본주의에서는 대중 취향만 따라가는 상업주의 문학이 그런 종류라는 것이다.

그는 "나쁜 문학도 대중을 문학으로 끌어들이는 측면에서는 좋은 점도 있지만 그런 문학이 좋은 문학 행세를 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가치전도 현상이 일어나므로 문인들은 특히 이를 경계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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