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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밖 아이들] 문제아, 모범생으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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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문제아' 에서 모범생으로의 변신-. 경기도 화성군 두레자연고교 2학년 金도원(18)군은 학생자치회 생활부장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의 특성상 하루종일 신경쓸 일이 많다.

金군은 최근 후배들에게 편지를 썼다. "나 때문에 속상한 적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는 가장 도움이 됐던 선배로 남고 싶다. " 평소 후배들에게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않았나 걱정됐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일반 고교에 다녔던 金군은 틀에 박힌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다. 자연 교사들로부터 꾸중듣는 일이 많아졌고, 결국 자퇴하고 말았다.

지난해 1월 이 학교에 들어왔지만 처음에는 담을 넘어 술을 마시고 싸움을 벌이느라 상처가 아물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나면서 金군의 면모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안학교인 두레자연고교는 일반 교과목 외에 작물재배.극기체험.봉사활동.마음 공부 등 10여가지 수업을 병행한다.

한 반의 정원은 20명. 교사 11명과 학생 60명이 생활한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金군은 후배들을 꼼꼼히 보살피는 등 교사 한사람 몫 이상을 하고 있다는 게 선생님들의 평가다.

밑바닥이던 성적도 2등으로 훌쩍 뛰었다. 金군은 "기숙사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학업에 대한 의욕을 되찾았다" 고 말했다.

두레자연고교는 지난해 문을 연 인문계 특성화 고교다. 일반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설립된 대안학교다.

'학생과의 벽 허물기' 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지낸다.

전국의 특성화 고교는 합천 원경고.청주 양업고.영광 영산성지고 등 11개교. 1천여명의 아이들이 '열린 교정' 에서 꿈을 되찾고 있다. 지금까지 2회 졸업생을 배출한 원경고의 경우 졸업생 29명 중 26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특성화 고교의 큰 어려움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 당초 대구에 세우려 했던 화랑고교는 주민 반발에 부닥쳐 경주로 터를 옮겼다. 올해 부여에 문을 열 계획이었던 반딧불고교도 주민 반대로 개교가 무산됐다.

영산성지고 곽진영(대안학교협의회장)교감은 "대안학교는 학교 교육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이며, 학생들 또한 개성이 강한 아이들일 뿐"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은 수의 학생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는데 따른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다.

수업료 외에 매달 30만원 가량의 기숙사비를 부담해야 한다.

교육부 지방교육자치과 이재갑 서기관은 "대안학교는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을 소중한 인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곳으로 국민과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일반 고교 전형에 앞서 10월 중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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