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전남대 MBA 등록한 직원 학비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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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07년 8월 강정원 행장의 임기 만료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자 국민은행은 새 행장을 뽑기 위한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추위엔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참여했다. 비슷한 시기 국민은행은 사외이사 겸 행추위원인 조담 교수(현 KB금융 이사회 의장)가 재직하는 전남대 경영대가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개설하자 은행 돈을 지원해 직원 2명을 등록시켰다. 국민은행은 매년 1~2명씩 모두 5명의 직원을 이 과정에 보냈다. 이곳에 학비(1인당 2500만원) 지원을 한 시중은행(본점 서울 소재)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금융 당국에선 MBA 학비 지원과 행장 선임 절차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만일 강 행장과 조 교수가 MBA 학비 지원 건에 관련됐다면 ‘사전선거운동’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행추위는 구성 후 40여 일 만에 강 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은 은행장 선출권을 갖고 있는 데다 여러 회의에서 행장과 자주 접촉해 일반 임원들은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MBA 학비 지원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실시된 사전검사에서 국민은행 직원이 전남대 MBA에 등록한 자료를 확보했다. 사전검사를 나간 금감원 직원 중 최상급자인 부국장급 간부가 자료를 직접 챙겼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전남대뿐 아니라 여러 대학에 다니는 직원들의 학비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 교수도 “이 사안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각계 단체에 지원한 기부금 자료를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국민은행이 2008년 사회공헌을 위해서 쓴 돈은 898억원이다. 은행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외이사 주변에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시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외이사와 그 직계가족이 씨티그룹에서 받는 연봉과 수수료, 각종 혜택을 합한 총액은 연간 12만 달러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사외이사와 그 가족이 이사나 주요 의사 결정자로 참여하는 재단과 대학, 비영리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한도도 연간 25만 달러로 제한했다. 동국대 경영학부 강경훈 교수는 “은행 경영진과 사외이사에 관련한 내용을 자세히 공시해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감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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