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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27~29일 창작발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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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S대 음악대학 작곡과를 나와 교수로 재직 중인 중견 작곡가 L씨(50)씨는 지난해 연말 정산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한 해 동안 양악보다 국악 창작으로 번 돈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서양 음악을 전공했지만 국악 작품을 더 많이 쓰고 연주했다는 이야기다.

국악 무대에서 서양음악 출신 작곡가들의 음악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 부터.당시 미국 작곡가 루 해리슨·앨런 호바네스가 가야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발표한 것이 큰 자극이 됐다.

최근 국악계에서는 작곡자가 작곡과 출신인지 국악과 출신인지 별로 가리지 않고 작품을 위촉해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국립국악원의 한국음악 창작발표회‘새가락 삼일야’(27∼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초연되는 16개의 작품 중 서양음악 전공 출신의 작품이 절반을 차지한다.

62년부터 신국악(창작국악)공모전을 기획한 국립국악원에서 발표된 창작곡 중에는 정회갑·이성재·윤양석·이상근·백병동·강석희·이건용 등 양악 출신의 작곡가들의 작품이 심심찮게 포함돼 왔다.국악과 출신 작곡가들의 층이 두텁지 않은데다 작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서양 음악 전공 작곡가들이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은 물론이고 국립국악관현악단·KBS국악관현악단·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등 서울과 지방에 있는 국시립 국악관현악단 등이 정기연주회에서 연주하는 곡목은 대부분 창작곡.KBS교향악단·서울시향 등 국내 교향악단이 위촉·초연하는 창작곡이 거의 전무한 실정과 대조적이다.

서울대 작곡과 전공실기 과정의 경우 악기편성을 지정하지 않는 자유곡에서는 얼마든지 국악기를 포함한 작품을 쓸 수 있고 국악과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다.오래전부터 국악과와 작곡과의 작곡전공을 통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새가락 삼일야=27일 이혜성·이돈응·정동희·김성경·윤소희의 실내악,28일 박정선·진규영·원일·신동일·김만석·노부영의 독주곡,29일 이성천·이종구·장덕산·경원대·박일훈·나효신의 관현악을 초연하는 무대.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지휘 김철호)은 국내 작곡가에게 작품을 위촉해 매년 2∼3회 창작발표회를 갖고 있다.02-580-33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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