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름다운…' 50대 남자의 우정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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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50대 두 남자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불좀 꺼주세요' 의 작가와 연출자 이만희.강영걸 콤비가 만든 '아름다운 거리(距離)' . 10월29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 1996년 초연된 이 작품은 상처받은 50대 두 남자의 수채화같은 사랑과 우정을 보여준다.

제목의 '아름다운 거리' 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뜻한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일 수 밖에 없다' 는 작가의 철학에서 온 것.

하지만 이 연극은 반대로 좁혀질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노력과 사랑을 통해 얼마든 좁혀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택시 기사 안광남과 사진관을 운영하는 민두상은 53세 동갑내기. 고교동창인 이들은 둘 다 결혼에 실패하고 부도로 직장도 잃어버린 신세다.

빚더미에 앉아있는 이들은 하루 5천원씩의 일수돈 찍는 재미로 살아간다.

민두상의 사진관에 간이침대를 갖다놓고 생활하는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를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초연때와는 달리 50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연출가 강영걸씨는 "김주승.유영환.성병숙씨 등 40대 배우들이 출연한 초연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고 말한다.

최종원.정진각.연운경 등 중견 배우들의 연륜에서 배어나는 사람냄새를 작품속에 녹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같은 대본인데도 1시간 30분이던 공연시간이 15분 늘었다.

매사에 꼼꼼하고 정직한 민두상역을 연극인 정진각씨가 맡고 횡재를 바라는 허풍쟁이 안광남으로 배우협회회장인 최종원씨가 출연한다.

친구의 빚보증을 섰다가 패가망신한 민두상은 오히려 친구를 배려하고, 다시 한번 일어나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안광남 역시 속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가정과 일터에서 실패한 두 사람이지만 약삭빠른 젊은 세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정을 지니고 있어 감동을 준다.

02-3443-1010.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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