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9월10일 중국 회귀 후 두번째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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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은 10일 중국 회귀 후 두번째 총선을 치른다.

2년 임기의 의원 60명 중 24명은 직선으로, 30명은 직능단체별 선거로, 6명은 8백명의 선거위원회가 간선으로 뽑는다.

이번 총선은 주민들이 회귀 후 처음으로 홍콩 정부를 심판한다는 의미가 있다. 실정을 거듭해 온 둥젠화(董建華.사진)행정장관에게 돌아선 민심을 보여주고 민주화 열망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董장관은 현재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홍콩침례대의 조사 결과 시민의 과반수와 공무원의 3분의2가 그에게 불만을 나타냈다. 1998년 4월 첫 총선 직전의 조사 결과보다 시민은 20%포인트, 공무원은 32%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이상적인 의원 10인' 가운데 민주파 인사가 9명을 차지했고 직선의석 24석 중 15석을 민주당.전선(前線).사오행동(四五行動)등 민주파 인사들이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회귀 이후 점진적으로 중국화가 진행되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홍콩인들이 董에게 등을 돌리고 민주파를 대안으로 택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콩인들은 董의 주먹구구식.무원칙한 개혁과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 의욕만 앞세워 공무원 정년 축소와 능력급 도입, 교사.의사의 자격.승진시험을 도입했다가 실패했다.

매년 8만채의 주택을 짓겠다고 공언했다가 부동산 임대업자들이 압력을 넣자 폐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관영 홍콩 라디오.TV(香港電臺)를 맡아온 장민이(張敏儀)방송국장을 돌연 일본 도쿄(東京)주재 경제무역수석대표로 전보한 것은 중국 눈치보기의 한 사례로 꼽힌다.

천팡안성(陳方安生)정무사장이 "정치적 동기는 없다" 고 해명했지만 관영방송임에도 중국과 특구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게 경질의 이유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게다가 올 1월 루샹안(路詳安)행정장관 고문이 홍콩대 정야오쭝(鄭耀宗)총장에게 같은 대학 중팅야오(鍾庭耀)교수가 하는 여론조사에 압력을 넣어줄 것을 부탁한 사건이 최근 폭로돼 鄭총장이 사임하기도 했다.

董장관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홍콩인들은 평소 여론조사에 민감한 董장관이 개입했다고 믿는 분위기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홍콩기본법에 따라 전체 의석을 모두 직선으로 뽑을 수도 있는 2007년에는 의회를 민주파가 장악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가 친중국 정당인 민건련(民建聯)과 친중국 실업인들을 총동원해 총선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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