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김영남 파문' 중재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訪美) 취소사건을 적극 중재하고 있다.

7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개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기했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된다" (김하중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는 판단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이 사건은 가닥이 잡히고 있다" 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 미국, 북한에 해명서한=7일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측 고위 당국자에게 해명 서한을 보냈다. 미국 역시 파문 차단에 나선 것이다.

이 서한은 미국 정부와 관계없는 '우발적이고 불행한 사건' 으로 미.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미국의 입장이 담겨 있다.

김영남 위원장은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을 이용하려다 갑자기 항공편을 바꿨으며,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표도 베이징(北京)에서 구입해 미국 정부로서는 알지 못했다는 것.

클린턴 대통령은 6일 양성철(梁性喆)주미대사가 신임장을 제정할 때까지도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 샌디버거 외교안보보좌관에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측도 '우발적 사건' 이라고 공감=江주석은 金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세상 일이 여러 곡절을 거쳐야 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유엔 외교 소식통은 "중국측도 이 사건을 '해프닝(우발적 사건)' 으로 간주하고 있다" 고 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대변인은 "남북한간에 회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북한측 행동으로 중단돼 안타깝다" 면서 '실망' 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엔 북한측의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 는 시각도 깔려 있다는 것. 이런 움직임 속에 북한측도 이 사건을 매듭짓는 방향으로 선회할 명분을 얻었다는 것이 외교당국자의 판단이다. 오히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서한이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