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탈렌으로 과수원 지키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옷장에 넣는 나프탈렌이 수확을 앞둔 과수원의 골칫거리인 까치를 쫓는데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영주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최근 한달동안 조생종 사과나무가 심어진 안정면 등 과수원 20㏊에 나프탈렌 10개씩을 넣은 망사주머니를 나무마다 매달아 시험한 결과 까치가 거의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물게 까치가 접근, 사과를 쪼아먹은 경우도 피해는 나프탈렌을 매달기 전의 10%에 불과했다.

과수원 1㏊에 나프탈렌 망사주머니를 설치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7만원에 불과하며 망사에 넣어 매달면 수확 때까지 쓸 수 있어 경제적인 것이 장점이란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까치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과수원 1㏊에 평균 2천4백만원을 들여 방조망을 설치해야 했다.

또 반사경이나 꽹과리 등도 동원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까치 등 조류로 인한 사과 피해는 지난해 영주시만 해도 10억여원에 이를 정도. 그래서 요즘 농민들은 총포마저 사용할 수 없어 과수원에서 하루종일 까치와 숨바꼭질을 벌인다.

나프탈렌 퇴치법을 개발한 영주농업기술센터 심원(沈洹.43)씨는 "까치 피해는 다른 농작물에 앞서 익는 조생종 사과에 특히 심하다" 며 "콩밭에서 냄새나는 약품을 뿌리는 걸 보고 착안했다" 고 말했다.

경북대 화학과 박용태(朴龍泰.59)교수는 "나프탈렌 냄새는 곤충들이 아주 싫어한다" 며 "나프탈렌은 기체로 변하는 성질이 있어 사과 표면에 나프탈렌 성분이 거의 남지 않는 등 장점이 기대된다" 고 말했다.

영주시는 앞으로 '나프탈렌 퇴치법' 을 더 검증한 뒤 과수농가에 본격 보급할 계획이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