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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피아니스트 '네르세시앙' 내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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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피아노 독주회의 프로그램에 작곡자의 이름이 '바흐-부조니' 라고 되어 있다고 한 명의 이름이라거나 두 명의 공동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바흐-부조니라는 이름의 작곡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바흐와 부조니는 무려 1백16세나 나이 차이가 나므로 함께 작곡할 리도 만무하다.

오르간 또는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한 바흐의 건반음악을 부조니가 현대식 피아노에 맞게 악상이나 페달 기호를 넣어 편곡한 것이다.

오는 19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내한무대를 꾸미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파벨 네르세시앙(36.모스크바 음악원 교수.사진)은 오리지널 작품이 아닌 편곡만으로 프로그램을 엮는다.

바흐-부조니의 코랄 '성도여 기뻐하라' '주여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를 비롯해 슈베르트-리스트의 '마왕' '물레잣는 그레첸' '세레나데' , 바그너-리스트의 '탄호이저 서곡'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 , 베르디-리스트의 '리골레토 파라프레이즈' 등을 들려준다.

프란츠 리스트에게 피아노는 교향곡.오페라.가곡.민요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황금빛으로 제련하는 용광로다.

그는 피아노의 7옥타브 건반이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와 음역을 커버할 수 있고 피아니스트의 열 손가락은 1백여명의 관현악이 내는 하모니를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이탈리아의 해롤드' 를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한 그는 '돈조반니의 추억' (모차르트) '예프게니 오네긴 폴로네이즈' (차이코프스키) '파우스트 왈츠' (구노)등 당시 인기있던 오페라의 주제를 엮어 청중을 즐겁게 했다.

뿐만 아니라 슈만의 '헌정' , 베토벤의 '아델라이데' 등 주옥같은 가곡도 피아니스트 혼자 노래하도록 꾸몄다.

그는 편곡할 때 선율인 화성만 베끼는 게 아니라 음색과 목소리까지 재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고난도의 기교를 요한다.

네르세시앙은은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명교수 세르게이 도렌스키를 사사했으며 1991년 GPA더블린 국제피아노 콩쿠르 1위에 입상했다. 20일 쇼팽홀에서는 공개 매스터클래스도 실시한다. 02-543-533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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