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대구 국우동 부대 오수 흘러 악취 고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달 31일 대구시 북구 국우동 마을. OO사단 남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마을을 들어서는 순간 악취가 코를 찔렀다.

부대 담장과 맞닿아 있는 마을 입구 솔밭쪽으로 다가 가자 악취는 더 심해졌다.

풀섶을 헤치자 개울에는 분뇨가 섞인 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이것 보십시오. 이런 물이 마을로 흘러 나옵니다." 기자와 동행한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주민들은 군부대 안에서 담을 따라 만든 오수관이 새고 있다고 주장한다.

OO사단 배수로와 오수관은 부대안 오수정화조처리장에서 예비군훈련장까지 담장을 따라 약 4백m에 걸쳐 있다.

오수관이 군데 군데 터져 미처 정화되지 않은 분뇨 등이 마을과 불과 10m 떨어져 있는 담장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수는 마을 입구 솔밭에서 50m쯤 떨어진 가정집 세곳에도 그대로 흘러들고 있었다. 한 집 앞마당에는 오수가 흥건히 고여 있기도 했다.

주민 김분출(金粉出.73.여)씨는 지난달 고인 오수에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3년 전부터 군부대에 배수로와 오수관로를 보수해 달라고 했으나 고쳐지지 않고 있다" 며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의 진정이 잇따르자 OO사단은 지난달 30일 보수공사를 마쳤으나 주민들은 부실공사로 오수가 여전히 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수관이 터진 4백m 전구간을 공사한 것이 아니라 민원을 제기한 李모씨 집 주변만 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동장 정기현(鄭奇鉉.41)씨는 "더운 여름날은 마을 전체에 악취가 난다" 며 "국토 못지 않게 주민들의 생활도 지켜주는 군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OO사단 공병대대 李모 소령은 "오수가 새는 솔밭쪽도 현장을 확인한 뒤 공사를 하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