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백봉의 가르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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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백두산 천지에 오르면 누구나 숙연해진다. 하늘과 내가 하나되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겨레와 역사의 뿌리가 이곳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이 전율과 함께 뼛속으로 스며든다.

천지의 기슭은 장군봉을 정점으로 여러 개의 봉우리가 병풍을 치고 있다. 거기엔 곳곳에 옛 선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불과 50년전만 하더라도 선도수련장이 바위굴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민족선도의 큰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는 백봉(白峯)신사도 이곳에서 많은 제자를 키워냈다. 오늘날 백봉신사가 가르친 수련비법은 단편적으로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러 갈래의 단편적인 것을 종합해 보면 큰 줄기를 어림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백봉의 가르침은 크게 네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민족의 역사와 전통경전의 가르침이다. 백봉은 이른바 백두산 중심의 역사관을 가르쳤다. 그리고 천부경(天符經)과 삼일신고(三一神誥)를 전수했다.

둘째는 전통수련법을 비전했다. 우리의 전통수련법은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수련과 일치시키는데 있다는 것이 백봉의 가르침이다. 수련에 있어서 천부경은 총론에 속하고 삼일신고는 각론이라고 지적된다.

셋째는 전통적인 천제(天祭)의식과 수련을 일치시켰다는 점이다. 예부터 하늘에 제사지내는 것은 나라의 최고의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의식을 단순한 제사로 끝내지 않고 심신수련으로 고양(高揚)시킨 것이 바로 백봉의 가르침이다.

넷째는 천지수련의 백미(白眉)로 탄토법(呑吐法)을 전수했다. 탄토법은 백두산 정상에서 맞는 해맞이 수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탄토법에서 탄(呑)이라는 글자는 '삼킨다' 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탄토법은 삼키고 토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방법을 상징하는 말이다.

탄토법에서 삼키는 대상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태양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입을 벌려 삼키고 그것을 위장에 내린 다음 단전자리에 가두는 것이 이 수련법의 핵심이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그것을 천천히 뱉어냄으로써 탄토법은 완결을 이룬다.

이규행 한국 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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