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독일 다인종 선수단 구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 이어 지난 7월 초 끝난 유럽 축구선수권 대회마저 석권한 프랑스 국가대표팀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반면 유럽 선수권 대회 당시 조 최하위로 예선탈락한 독일 국가대표팀은 '녹슨 전차 군단' 이란 비아냥을 듣고 있다.

물론 실력차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력 이외의 변수가 있다.

프랑스 대표팀은 '아프리카.중동 혼성팀' 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다양한 인종 출신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과거 식민지 출신 프랑스인들이다.

그러나 독일 대표팀은 예나 지금이나 독일인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 차이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타이거 우즈와 윌리엄스 자매가 '백인들의 스포츠' 라는 골프와 테니스마저 평정, 이제 수영이나 스키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의 스포츠에서 흑인들이 강세를 보이자 그동안 게르만 순수 혈통주의를 고수하던 독일 체육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먼저 외국인의 피를 수혈한 곳은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으로 선수단 4백33명 가운데 외국 출신 30여명이 포함됐다.

독일국가올림픽위원회(NOK) 발터 트뢰거 위원장은 "이는 (인종간) 장벽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 밝혔다.

외국 출신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기량이 독일인 선수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정 종목에서 독일인에 비해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탁구).러시아(체조).발칸국가(레슬링.복싱.태권도).아프리카(육상) 출신 선수들이 많다.

독일인과 결혼해 독일 국적을 취득한 중국 출신 시안홍 고취는 독일 여자탁구 챔피언 니콜레 슈트루제를 꺾고 올림픽 대표로 선발돼 메달을 바라본다.

러시아 이주민 출신인 체조의 세르게이 파이퍼,가나 입양자 출신인 여자 높이뛰기 챔피언 아메부 멘자, 역시 가나 출신으로 남자 멀리뛰기 1인자인 코피 아모아 프라, 터키 출신의 복싱 헤비급 대표인 쳉기스 코치 등도 메달 후보로 꼽힌다.

외국인에 대한 극우파의 잇따른 폭력으로 독일 전역이 시끄럽지만 독일 올림픽대표팀은 '손에 손잡고 벽을 넘는' 스포츠 정신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