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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찰 인사, 인터넷 공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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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찰 수뇌부가 잇따라 인사청탁 배격을 천명했다.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엊그제 “경정·경감 승진 대상자를 전원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현재 5배수로 돼 있는 승진 대상자도 2~3배수로 줄이겠다고 했다. 강희락 경찰청장도 “인사청탁을 하면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명한 인사관리 원칙을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기대가 크다.

그동안 경찰 인사에는 이런저런 잡음이 많았다. 권력 실세 누구누구에 줄을 대야 한다거나, ‘무궁화 몇 개에 집 한 채’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 강 경찰청장도 “수백 통의 청탁 전화가 걸려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만큼 로비가 만연하다는 방증이다.

여기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기형적인 인력구조다. 전국의 경찰 9만7732명 중 경사 이하가 82.5%다. 중간간부인 파출소장급(경위)에서 경정까지가 17%, 총경 이상은 0.5%다. 아래는 넓은데, 윗자리는 송곳처럼 좁은 것이다. 일본의 경우 중간간부 비율이 38.6%, 독일은 27.8%다. 특히 경위에서 경감 승진은 ‘바늘 귀’다. 지난해 경위 승진자는 근속 승진을 포함해 7011명. 바로 위 경감 승진자는 5%에 불과한 355명이다. 계급별 인원 비율 조절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승진 대상자 축소와 인터넷 공개는 근원 처방이 될 수 없다. 2~3배수로 줄여봐야 ‘좁은 문’은 마찬가지다. 현재의 인사규정도 1단계 근무성적, 2단계 7개 항목 심사를 거쳐 2~3배수 압축, 3단계에서 확정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다. 관건은 인사권자의 의지다. 원칙에 따라 인사하고, 청탁에 의연히 대처하면 된다. 강 청장 말대로 청탁하는 경우 승진 서열 내에 있더라도 본보기로 탈락시키면 된다. 이러면 누가 청탁을 시도하겠나.

그럼에도 청탁 배격을 천명한 것은 내부도 내부지만 외부 권력층에 대한 ‘협조 요청’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인사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말아달란 얘기다. 그렇잖아도 인사 잡음으로 지난해 국가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인사는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