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년 끈 교토의정서 2005년이면 발효되는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선진국들은 전반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시작했으나 한국에선 배출량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란 석탄.석유 등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기체로, 지구에 도달한 태양열이 우주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해 지구의 기온을 높이거나 기상 이변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京都)의정서가 발효되면 여기에 동참하라는 선진국들의 외교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공개한 '세계 주요 에너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2년 한 해 동안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는 모두 4억5155만t으로 국가별로는 세계 아홉째였다. 1990년에 비해 무려 2억2000만t가량 늘었다. 반면 독일.영국.프랑스 등은 2001년에 비해 배출량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미국도 배출량을 2100만t가량 줄였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도 한국은 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를 앞질렀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2008~2012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5.2% 더 줄이도록 한 교토의정서를 비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국의 사정은 다급해졌다. 97년 채택된 의정서가 내년 초 발효되면 선진국들은 2013년 이후의 배출량에 대해 협상을 본격화할 계획이고 자신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한국에도 감축 의무를 안기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준비 소홀=한국은 2013년 이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감축에 참여하느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협상에 임해야 할 처지지만 정부나 업계는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이상훈 사무국장은 "교토의정서 발효가 늦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대응체계는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더 불리한 형태의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2002년 이후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너무 일찍 서둘렀다가 오히려 나중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인정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투자를 꺼려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미리 준비하는 게 국제 경쟁력 확보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교토의정서 체제에 대응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반면 선진국에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체 감축 프로그램 만들어야"=삼성지구환경연구소 황진택 상무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개선한다고 당장 이들 산업을 외국에 넘길 수는 없지 않으냐"며 "중소기업이나 수송.건설 부문에서는 아직도 에너지 낭비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김용건 박사는 "배출총량을 줄이기보다 경제성장률과 연계해 온실가스 증가 속도를 낮추거나 국내총생산(GDP) 일정액당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는 쪽으로 목표를 정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