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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칼럼] 한국-일본간 세가지 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일관계는 재작년 한.일 정상회담으로부터 딱 2년,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까지 앞으로 2년이라는 시점을 맞이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한.일관계의 중간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한.일관계는 현정권이 된 다음에 극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전됐다.

일본의 총리부가 매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 중에 한국에 대한 친근감에 관한 질문항목이 있다.

김영삼 정권 시대, 한국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일본인이 35%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은 과거 최고수치 60%에 달해, 한.일관계는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그 수치가 역전됐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11년 만에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의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한.일관계의 극적인 개선 배경에는, 일본문화 개방으로 상징되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일 '햇볕정책' 이 있다.

독도나 과거청산 문제는 한.일관계의 출구라고 마음을 먹고, 먼저 한국측이 일본에 문호를 여는 것을 관계개선의 입구로 하는 전략. 이러한 자세에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긴 세월에 걸친 경계감, 불신감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도 한.일관계에는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원화 하락 덕분에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급증한 것이다.

동대문 패션이 일본 내 패션거리 일각을 차지하고 갈비나 비빔밥뿐이었던 일본 내 한국요리가 지금은 감자탕집마저 등장할 정도로 일본인의 식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이렇게 과거 2년간은 한.일관계에 있어서 허니문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보여도 안 보이는 척한다고 해도, 이 열기가 식은 후에 다툼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현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과거 1년간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직접투자는 1억6천5백만달러. 미주지역으로부터의 9억달러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한국에서는 제2차 일본어 붐이 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어 학습률이 높아지고 있어, 한국 내 일본어 학습인구는 세계 1위인 96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일본인이 한번 도전해보는 NHK의 한국어 강좌 텍스트 판매부수가 월평균 3만부 정도다.

그리고 한국어 검정시험의 수험자 수가 1년에 약 5천명.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하고 있는 고등학교가 1백30개라는 숫자를 보면 한국과의 차이는 너무 크다.

한.일이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세개의 갭(격차)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첫째는 경제력의 갭. 이것은 상대방에 대한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버리고 대등한 파트너로서 교류하기 위해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최대, 최후의 조건일 것이다.

둘째로는 문화의 갭. 한국인은 뛰면서 생각하지만, 일본인은 생각만 하느라고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반면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일본인의 움직임에는 오차가 없지만, 한국인은 도중에 방침이 급변하는 일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한.일이 파트너가 돼 공동작업을 할 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장애가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일의 현실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하고, 그럴 리가 없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겐 너무 많다. 이것이 셋째로 의식의 갭이다.

이러한 세개의 갭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그 시금석이 2002월드컵의 공동개최라고 생각한다.

공동개최는 운용을 잘못한다면 한.일의 갭이 세계에 노출돼, 지금까지의 양호한 관계를 파괴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반대로 월드컵은 쌍방향으로 다양하고 지속적인 물건과 사람의 흐름을 구축하는 커다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제안을 두가지 하겠다.

첫째, 한.일 교류의 타깃을 고등학생으로 하는 것. 일본의 고등학교에 한국어 학습을 보급해, 개최지의 고등학교끼리 일본어 강사.한국어 강사의 상호파견과 학생의 단기유학을 제도화하는 것.

둘째로 이러한 월드컵에 관한 정책을 포함해 대일전략을 입안하며 관계기관을 통괄하는 특별팀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키시 토시로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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