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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 중국 3세대 지도부 어떻게 지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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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장쩌민(江澤民)의 중앙군사위 주석 사임으로 중국의 제3세대 지도부 7명 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제외한 6명이 물러났다. 이들의 은퇴 후 삶은 어떨까.

먼저 3세대의 '핵심'이었던 서열 1위 장쩌민을 보자. 그는 소문난 장서가(藏書家)다. 동서고금의 문학과 역사.철학 등 인문학 관련 서적 5000~6000권이 서가에 꽂혀 있다. 중국 지도자들의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의 자택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장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장은 이와 함께 당분간 지병인 심장병 치료에 힘쓸 전망이다. 78세의 고령으로 10년 이상 그를 괴롭혀온 심장질환을 털어내는 게 중요한 까닭이다.

서릿발 재상으로 통했던 서열 3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자신의 희망대로 '민간인'으로 돌아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그는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누가 될 수 있다며 회고록조차 쓰지 않는다. 대부분 시간을 독서로 보내거나 가까운 친지들과 식사 등 모임을 갖는 데 쓴다. 경극(京劇)을 좋아해 종종 극장에 나타나며 무료하면 중국 전통악기 얼후(二胡)를 연주하기도 한다. 결벽에 가까운 청렴은 은퇴 후에도 변함이 없다. 주 전 총리는 여행에 앞서 현지 공무원들에게서 "공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절대 꺼내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고서야 출발한다. 지난해 12월 광저우(廣州)를 방문한 그는 마중 나온 광둥(廣東)성 당서기에게 "나는 한가하다. 그러나 당신은 공무로 바쁜 사람이 아닌가. 수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역시 주룽지'라는 찬사를 자아냈다.

전력 기술자 출신인 서열 2위 리펑(李鵬) 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상임위원장은 '전공'을 살린 행보로 비교적 바쁜 편이다. 지난해 6월엔 싼샤(三峽)댐 건설에 얽힌 비화를 소개하는 회고록을 펴냈다. 신화통신은 "싼샤댐 건설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기록"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12월에는 선전(深?)의 핵발전소를, 올해 4월엔 저장(浙江)성의 핵발전소를 방문해 전력공급 상황을 둘러봤다. 싼샤댐이나 이들 발전소 모두 그가 공직에 있을 때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작품'들이다. 또 정협(政協) 주석이었던 당시 서열 4위 리루이환(李瑞環)은 경극에 심취해 있다. 자신이 직접 극본을 수정한 경극 4편의 공연을 담은 비디오물 '중국 경극 영상집'을 제작하기도 했다. 서열 7위였던 리란칭(李嵐淸) 전 부총리는 과학교육계 공직 경험을 종합한 '교육 방담록'을 펴냈다. 요즘은 홀가분하게 취미인 고전음악 감상에 몰입해 있다. 지난 9월엔 고전음악 소개서인 '음악필담'을 책으로 묶었다. 지난 8년간 모은 자료를 정리한 역저다. 서열 6위의 웨이젠싱(尉健行) 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전형적인 칩거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모교와 공산혁명의 성지인 징강산(井岡山)을 방문한 정도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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