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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당신의 전립선은 안녕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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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레이저를 이용한 전립선 비대증 치료 장면.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아키히토 일왕, 덩샤오핑 전 중국 최고지도자, 앤디 그로브 인텔 창업자, 알베르 벨기에 국왕의 공통점은? 정답은 전립선암 환자다. 전립선암은 미국 등 서구 남성의 발생률 제1위 암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암 발생 순위 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증가 속도론 단연 1위다. 전립선암만 남성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비뇨기과 영역의 대표적 난치병인 전립선염과 노인 남성의 숙명적 질환인 전립선 비대증도 갈수록 늘고 있다. 고지방식 등 서구식의 대중화와 고령화 때문이다. 오는 9일은 대한비뇨기과학회(회장 차영일)가 정한 '전립선 건강의 날'이다. 학회는 이날 전국 6개 지역에서 건강강좌와 무료검진.스포츠 마사지.장기.바둑대회 등 각종 행사를 펼치며 전립선 질환의 예방과 치료법을 계몽할 예정이다.

◆ 전립선염=회음부에 묵직하고 불쾌한 통증을 유발하는 전립선염은 재발이 잦은 난치병이다. 세균성과 비세균성으로 나뉜다. 세균 감염이 원인이라면 최근 도입된 PCR진단을 눈여겨봐야 한다. 소변을 받아 세균 유전자를 증폭해 분석한다. 기존 배양검사보다 빨리, 정확하게 세균의 정체를 알 수 있어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비임균성 요도염 세균이 발견되면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를, 트리코모나스의 경우엔 메트로니다졸을, 대장균엔 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한다. 비세균성인 경우에는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약물치료를 받는다.

전립선염엔 좌욕이 도움이 된다. 40도 내외의 따뜻한 물에 배꼽까지 담그고 10~20분간 회음부의 긴장을 풀어준다. 아침.저녁 두 차례로도 통증이 줄어든다.

회음부(항문과 고환 사이)에 열 찜질을 해줘도 좋다.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다소 뜨거운 찜질 팩이나 방석 크기의 전기 찜질기를 회음부에 깔고 몇 시간 앉아 있는다.

◆ 전립선 비대증=전립선이 커지면서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초기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지만 크기가 커지면 전립선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가장 확실한 수술은 경요도절제술. 요도를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삽입한 뒤 전기톱 등으로 전립선을 잘라낸다. 일주일간 입원이 필요하고 완전 회복까지 4~6주가 걸린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 도입한 KTP 레이저치료도 알아두면 좋다. 직경 7㎜의 가느다란 내시경을 요도를 통해 삽입한 뒤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 전립선을 태운다. 기존 수술과 달리 출혈이 없어 국소 마취로 수술이 가능하며 시술 당일 소변을 보고 귀가할 수 있다. 심한 경우도 시술 다음날이면 소변 줄을 제거하고 퇴원할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서 사정 시 정자가 방광으로 거꾸로 올라가는 역행성 사정이 일어나는 것이 단점이다.

◆ 전립선암=조기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유용한 수단이 동네의원에서도 할 수 있는 PSA란 혈액검사다. PSA 수치가 4ng/ml를 넘어가면 전립선암일 가능성이 크다. 50세 이후 중년 남성이라면 한번쯤 받아봄직하다. 수술과 방사선요법이 기본 치료다. 최근 부작용이 적은 호르몬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악화하므로 기본 치료와 함께 거세 수준에 필적하는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성욕감퇴와 발기부전.골다공증 등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 암 치료를 위해 삶의 질을 희생해야 했다.

다행히 얼마전 국내에 소개된 전립선암 호르몬치료제 카소덱스가 도움이 된다. 남성호르몬 수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성호르몬을 없앤 것과 같은 치료효과를 나타낸다. 임상시험 결과 기존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암 악화를 29~47%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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