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백사장 유실원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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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포항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 유실 문제가 뜨거운 지역 쟁점으로 떠올랐다. 연구기관에 따라 유실원인이 다르게 나오면서 향후 복구와 피해 보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사장 유실은 포항제철 때문" 이라며 1천억원대의 피해보상을 요구해온 해수욕장 상인들의 움직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포철의 의뢰로 지난 8개월간 연구조사를 벌였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최근 "해수욕장은 포철이 건설되기 전인 1967년부터 96년까지 침식과 퇴적을 반복해 해안선 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98년 대규모 폭풍으로 침식이 발생해 유실됐다" 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RIST는 해저 수심이 지난 70~84년 폭풍으로 깊어진 뒤 84년 이후 회복추세를 보이다 98년 폭풍 이후 다시 깊어졌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며, 자연현상인 대규모 폭풍이 백사장 유실의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백사장 유실은 포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1년간 포항시의 의뢰로 유실원인을 조사해온 포항 한동대 건설환경연구소의 결과와는 딴판이다.

한동대 연구소는 지난 10일 보고회에서 "포철이 지난 68년부터 84년까지 16년동안 부지 조성을 위해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2천4백여만㎥의 모래를 준설하고 형산강 하구의 유로를 직선화해 모래가 해저로 이동, 백사장이 유실됐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성명서를 내고 "포철의 용역결과는 백사장 유실 원인을 축소 은폐하기 위한 것" 이라며 반발, 집단시위 등을 준비중이다.

포항 환경운동연합도 "포철 건립을 위한 대규모 준설로 해저의 평형상태가 깨져 유실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며 한동대 조사결과에 동조, 포철에 토론회를 제의했다. 포항시 의회는 민원해소 차원에서 28일 의원간담회를 통해 향후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송도해수욕장은 70년대 중반까지 우거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평균 너비 70m.길이 2.7㎞였으나 인근에 포철 등 철강업체가 입주한 뒤 바다 수질이 나빠지고 너비가 줄어 지금은 20~30m밖에 안된다. 모래사장도 금빛에서 진흙과 자갈이 많은 땅으로 변해 버렸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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