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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브라질 펀드 4년은 투자해야 원금 손실 안 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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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호 26면

10년. 개인연금펀드는 최소 10년은 투자해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7년. 장기주택마련펀드(장마펀드)는 7년은 가입해야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3년. 적립식 펀드에 매달 자동이체되게끔 은행에서 정해 주는 기간은 보통 3년이다.

해외펀드 10년 수익률 분석 … 나라별 적정 투자 기간은?

‘분산 투자’와 함께 펀드 투자 원칙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게 ‘장기 투자’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가 ‘장기’일까. 노후 생활 준비를 위해 가입하는 연금은 10년 투자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내집 마련을 위한 ‘장마’펀드는 7년은 유지해야 비과세가 된다.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립식 펀드도 적금처럼 3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상품은 실물 투자 펀드, 나머지는 주식형 펀드. 매월 초 펀드에 불입했다고 가정하고 기간별 수익률을 구함. 수익률은 달러 기준.

여론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다섯 명 중 두 명이 “장기 투자는 3년”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3년 장기 투자하면 펀드로 무조건 돈 벌 수 있는 걸까. 투자자들의 막연한 믿음을 지난 10년간의 투자 성과로 검증해 봤다. 주로 증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해외 펀드를 중심으로 살폈다. 아울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올해 유망 해외 펀드를 살펴봤다.
 
러시아, 3년보다 차라리 1년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세계적 펀드 평기기관인 리퍼의 지역별·국가별·섹터별 펀드 수익률(달러 환산 수익률)을 10년 동안(2000~2009년) 분석했다.

누적 수익률로 보자면 단연 러시아 펀드가 눈에 띈다. 2000년 초 1000만원을 러시아 펀드에 넣었다면 2009년 말엔 9480만원으로 불어났다. 10년간 예금 금리를 연평균 5%라고 가정하면 복리 효과를 감안해도 1000만원은 10년 후 1630만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 그 밖에 중국·인도·브라질 펀드의 수익률도 300% 안팎에 달했다. 반면 선진국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죽을 쒔다. 북미·유럽·일본 펀드는 10년 동안 오히려 원금을 까먹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빅 제로’의 시대”(폴 크루그먼 시카고대 교수)보다도 못한 ‘마이너스의 시대’다.

연도별로는 수익률이 들쭉날쭉하다. 시장을 호령하던 펀드가 이듬해에는 바닥으로 추락하는가 하면, 전해 꼴찌를 맴돌던 펀드가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한다. 2001년 90%를 웃도는 수익을 거두며 1등을 기록한 러시아 펀드는 이듬해 -1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바닥권으로 밀려났다. 2005년엔 2%의 성과를 냈던 중국 펀드는 이듬해인 2006년 77%의 수익을 올리며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과거 수익률을 좇아 펀드에 투자해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는 의미다.

이런 사실은 1년 수익률 성과 분석으로도 입증된다. 매월 초 펀드에 가입해 1년간 투자한다고 하면 10년 동안에는 총 108번의 투자 기회가 있는 셈이다. 중국 펀드는 이 108번 중 41번은 원금을 까먹었다. 때를 잘 고르면(2006년 11월~2007년 10월) 150% 넘는 수익을 거뒀지만, 때를 잘못 만나면(2007년 11월~2008년 10월) 68%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10년 누적 수익률이 800%를 웃도는 러시아 펀드도 마찬가지다. 운이 좋아 지난해 1년 동안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120%에 달했고, 운이 나빠 2008년 12월부터 1년간 투자했다면 원금의 3분의 2를 날렸다.

1년은 너무 짧다고? 투자 기간을 늘리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3년으로는 부족하다. 최소 4년은 돼야 한다. 중국·인도·브라질 펀드의 경우 4년 동안 투자했다면 2000년 이후 아무 때나 가입해도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투자기간이 3년이었다면 인도 펀드의 경우 100번 중 15번꼴로 원금을 까먹었다.

특히 러시아 펀드의 경우엔 3년 투자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투자 기간이 1년일 때 원금 손실 확률이 16%인데 3년 투자했을 때는 20%로 높아졌다. 러시아 증시가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을 반복하다 보니 3년 ‘장기’ 투자하는 것보다는 짧게 ‘1년’ 투자하는 편이 성과가 더 나았다. 곧 러시아 펀드의 경우 더 큰 수익을 기대하고 버티기보다는 빨리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와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낫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러시아 펀드도 투자 기간이 4년이 되면 얘기가 다르다. 원금 손실 확률이 8%로 줄어든다. 1년 더 투자한다고 해도(총 5년) 원금 손실 확률은 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아예 짧게 1년 투자할 것이 아니라면 4년 투자가 최적이다.

4년 투자의 효율성은 연평균 수익률로도 입증된다. 복리 효과를 감안해 펀드별 연평균 수익률을 구해 본 결과 대체로 투자 기간이 4년이나 5년일 경우에 성과가 가장 좋았다. 게다가 4년과 5년의 수익률 차이는 1%포인트에도 못 미쳤다. 굳이 1년을 더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적 투자 기간은 ‘싹수’가 보이는 펀드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10년 동안 수익은커녕 원금을 까먹은 북미·유럽·일본 펀드의 경우엔 투자 기간이 1, 2, 3, 4, 5년에 관계없이 다섯 번 중 두 번 이상꼴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무조건 오래 들고 있는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아예 가망이 없다면 다른 유망한 지역의 펀드로 빨리 갈아타는 게 낫다는 얘기다.

“중국·브라질·원자재 유망”
유망 펀드를 골라내기 위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조해 봤다. 동부·메리츠·삼성·하나대투증권이 올해 유망하다고 꼽은 해외 펀드를 조사했다.

전문가들이 일제히 추천한 곳은 중국이다. 4군데 증권사 모두 중국 펀드를 첫 순위로 꼽았다. 성장 엔진이 꺼진 미국 경제를 대체할 만한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적극적인 내수 부양 정책으로 올해 9%의 경제 성장세가 기대된다. 몇 군데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고 비유통주식이 시장에 풀리면서 단기적으로 충격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증시의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삼성증권은 펀드 투자 전략을 축구 전술에 비유하며 “세계 경제는 미국 혼자 이끌던 원톱 체제에서 중국과의 투톱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중국을 타깃 스트라이커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펀드도 3곳의 추천을 받았다. 글로벌 경기의 회복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데다 내수 기반도 탄탄한 덕이다.

원자재 펀드도 단골 추천 메뉴다. 원유·구리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선호도가 일치했지만 다른 상품에 대해서는 증권사마다 입장이 조금씩 달랐다. 동부증권은 글로벌 출구전략의 시행이 늦춰지고 중국 정부가 이른 시일 내 긴축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감안하면 농산물과 같은 소프트 커머더티의 우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금이 올해도 유망하다고 봤다. 다른 증권사가 “지난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이유를 들어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증권사 박현철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금값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1년 내 최소 온스당 1390달러는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교롭게도 증권사들이 추천한 펀드는 모두 지난해 최고의 성과를 거둔 펀드다. 중국·브라질·원자재 펀드의 지난해 수익률(리퍼 기준, 달러 환산)은 각각 69%, 75%, 70%에 이른다. 펀드 수익률은 매년 널뛰기한다. 증권사들의 전망처럼 상승 기조가 이어질 수 있지만 지난해 수익률이 좋았다고 올해도 수익률이 좋으라는 법은 없다.

“과거 수익률을 보고 펀드를 고르는 것은 백미러만 보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마크 브라우닝 아시아지역총괄사장)는 말도 있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해외 펀드는 1년 정도만 보고 투자해서는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며 “(앞서 분석에서 살폈듯) 4년은 투자한다는 각오로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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