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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 녹색연합 청소년모임 '아이지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새만금 간척 사업은 현 세대들의 의사에 따라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추진해 온 사업입니다. 미래 세대인 우리들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우리들로부터 빌려갔던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있습니다."

22일 오전 녹색연합 청소년 모임 '아이지엘' 이 준비한 '제 1회 미래세대 환경 이야기' 의 토론 현장. 아이지엘 회원 尹나라(16.서울 상일여중2)양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아이지엘(IGL)은 '나(I)는 지구(Globe)를 사랑한다(Love)' 는 뜻의 문법 무시형 이름. 환경 보존에 관심 많은 중고생 80여명이 모여 지난 2월 발족한 녹색연합의 청소년 모임이다.

지난 5월 전북 새만금 지역 및 전국 각지의 청소년들과 함께 2백명의 '미래 세대 소송인단' 을 구성해 새만금 갯벌 간척 사업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생태기행 기획, 녹색연합 홈페이지(http://www.greenkorea.org)내 자체 코너 관리, 문화 토론, 소식지 담당, 경기도 양수리 주말농장 경영 등 역할별로 다섯 개의 모둠(조)으로 이루어져 있다.

회장 격과 부회장 격인 '해오름' 과 '작은 해오름' , 다섯명의 '모둠 짱' 등 임원진이 있지만 회원 전체가 상하관계 없이 한덩어리다.

매주 일요일 정기 채팅,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정기모임 등 지속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새만금 간척 반대와 함께 컵라면 용기 재료를 스티로폼에서 종이로 바꾸는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이날 모임의 기획.섭외.진행 등 모든 실무를 아이지엘 회원과 또래 청소년들이 도맡았다. 아이지엘 회원들은 토론회에서 '새만금 갯벌과 미래 세대 소송' ,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 , '미래세대의 권리' 를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인 '생명회의' 청소년 모임 '미래학교' 제아라실(12).전수진(11) 어린이는 지난 5월 밀레니엄 세계 어린이 환경회의의 참가 경험을 들려주었다. 서울 강서고교 풍물패 '열두리' 는 축하 공연으로 이날 행사의 흥을 북돋웠다.

아이지엘 해오름 최준석(17.서울 개포고 2학년)군은 "공부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하는 부모님들도 많지만 노는 시간을 쪼개 운동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6개월 넘게 활동을 하면서 이제는 환경 보호가 내 일처럼 됐다" 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토론회의 마지막 발제자로 나서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협력' 을 이야기하는 尹양의 목소리는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어른들은 우리가 아직 어리고 가치관도 확립되지 않았다며 환경 운동에 나서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도 분명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압니다. 우리 미래세대에게 또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을 함께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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