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재계 첫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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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념(陳稔)경제팀이 출범 후 처음으로 재계와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陳장관은 정부도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테니 재계도 알아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 말했다.

장관이 바뀌면 늘상 하는 얘기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무게가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이날의 상견례에서 새 경제팀의 기업정책에도 '강온(强溫)' 이 공존하겠지만 "전임 경제팀보다 재계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해줄 것" (경제단체 관계자)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 기업 구조개혁 약속 얼마나 지켜졌나〓기업 구조개혁 5원칙(이하 5원칙)은 1998년 2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경제단체들과 합의한 내용으로 ▶경영투명성 제고▶상호 채무보증 해소▶재무구조 개선▶핵심 역량 집중▶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 확립 등이다.

정부는 이같은 5원칙이 상당 부분 지켜졌다고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5원칙 중 핵심 역량 집중 등은 미진하지만 재무구조 개선, 빚보증 해소 등은 효과가 있었다" 며 "증자나 자산 羚漬「?해서 숫자상으로만 재무구조를 개선한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이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줄였다" 고 밝혔다.

실제로 4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98년 3백52%에서 99년 1백73.9%로 떨어졌다. 상장사들의 평균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중 2백71.8%에서 1백48.5%로 낮아졌다.

핵심 역량 집중을 위해 추진했던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은 별효과를 못봤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30대 기업 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98년 4월 8백개가 넘었지만 2000년 4월에는 5백44개로 줄었다. 그러나 빅딜로 역량을 키우려 했던 유화.반도체 부문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 경제단체, '사기 진작' 요구〓새 경제팀에 거는 재계의 기대는 이날 경제 5단체장들의 요구사항에 담겨 있다.

재계는 이날 재벌 개혁 과정에서 빚어진 기업들의 사기 진작책과 각종 규제의 해소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김각중(金珏中)전경련 회장은 "재벌 개혁으로 빚어진 기업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고무책을 마련해 달라" 고 요청했다.

金회장은 특히 정부가 경제.기업 관련 정책을 마련할 때 재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재철(金在哲)무역협회 회장은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 마련과 실행에 신중을 기해 기업인들의 불안감을 줄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런 요청들은 반년전만해도 공개적으로 내놓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벌 개혁 불변' 의지를 재확인한 점을 들어 앞으로도 정.재계간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새 경제팀의 재벌 정책은〓진념 경제팀은 5원칙의 미진한 부분을 점검하는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전임 팀의 재벌정책을 한발짝 진전시키면서 마무리에 힘쓰겠다는 방향설정이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법무부와 공동으로 집단소송제 도입 등이 포함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새 법안을 마련 중이다.

계열사간의 부당 내부거래 차단이나 변칙 상속.증여 방지 작업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는 22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이어 23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잇따라 열어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송상훈.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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