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가전사들 " 내 얼굴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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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삼성.LG.대우 등 가전 3사에 주문자상표부착(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방식으로 납품하는 소형 가전업체들이 자기 상표로 제품을 내놓아 할인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전3사에 납품만 해오다가 유통업체와 거래하면서 '자기 얼굴' 찾기에 나선 것이다.

LG.삼성전자의 OEM 업체인 부방테크론은 '리빙테크' 라는 브랜드로 다리미.전기밥솥을, 삼성에 납품하는 제일가전은 '르비앙' 선풍기를 내놓았다.

LG의 OEM 업체인 오성사는 '오성' 가습기와 '파티' 토스트기, '윈드밀' 선풍기를, 성광전자는 '쿠쿠' 라는 이름으로 전기밥솥을 판매하고 있다.

두원산업은 대우에 OEM으로 납품하면서 '윙윙' 이란 자체 브랜드로 청소기.믹서기.핸드 믹서기를 선보였고, 세라테크는 '쉘라' 가습기.선풍기를 생산한다.

동양매직의 OEM 업체인 제우는 '제우' 선풍기.전기밥솥을 별도로 내놓고 있다.

이들 소형 회사의 가전제품은 생산라인이 같기 때문에 성능이 가전3사에 납품하는 제품과 다를 게 없다. 색깔과 디자인만 조금 다를 뿐 내장재는 1백% 똑같다.

가전 3사에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제품을 검사하는 수준도 높아 불량품이 거의 없다고 업체들은 강조한다. 외국 회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전기밥솥.토스트기.핸드믹서기의 경우 우리 식생활에 맞도록 만들어 외국 제품보다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이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은 싼 가격이다.

가전3사의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나오는 제품보다 평균 20% 싸다.

이마트에서 가전제품 구매를 맡는 김재웅씨는 "유명 가전회사의 제품과 품질이 같은 데다 값이 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고 말했다.

홈플러스에서 성광전자가 자체 상표 '쿠쿠' 를 달아 판매하는 전기밥솥은 17만원(10인분)이다.

이에 비해 같은 제품인데도 색깔만 바꿔 LG 상표를 부착한 것은 21만원이다.

부방테크론의 다리미는 이마트 판매가격이 1만9천~2만1천원인데 비해 삼성전자 마크를 단 것은 2만3천~2만5천원이다. 제일가전의 르비앙 14인치 선풍기는 3만4천~3만6천원인데 삼성전자 제품은 3만9천~4만1천원 수준이다.

부방테크론 관계자는 "한 생산라인에서 색깔과 상표를 다르게 찍어내고 있다" 고 말했다.

다만 이들 업체의 제품은 가전 3사에 비해 애프터서비스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마트의 경우 고장난 제품을 고객이 가져와야 수리해준다. 또 이들 업체들은 자체 영업조직이 없어 할인점 등의 판촉행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 마그넷에서 올 상반기 중 중소형 업체와 외국 제품의 판매 비중(매출액 기준)은 7대 3으로 국내 업체 제품이 많이 팔렸다.

백화점은 필립스.아에게.브라운.몰리넥스 등 외국 회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부방테크론은 1998년 첫해 이마트에서 월평균 4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다가 지난해에는 7천만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체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제우의 이마트 매출은 지난해 월평균 3억원으로 98년보다 70% 늘었다. 오성사의 매출도 98년 월평균 1천1백만원에서 지난해 2천만원으로 81.8% 증가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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