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전 여는 김순기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1971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수료하고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건너갔다.

72년에 니스 국립장식 미술학교를 수석졸업한 뒤 74년부터 마르세이유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시아계 여성이 프랑스에서 교수직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노장사상.언어철학.선불교.기호학 등의 연구를 통해 시간과 언어,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형상화하는 작가로 이름높다.

89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얼에서 '존 케이지와 2인전' 을, 91년에는 프랑스 니스 근현대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천안의 한국산업기술원 입구에는 97년 그가 설치한 멀티미디어 작품 '스테이션 제로 타임( 'Station 0 Time)' 이 자리잡고 있다.

백남준, 존 케이지와도 친분이 두텁다. 존 케이지는 77년 자신의 솔로 공연 하루를 김순기의 독무대로 꾸미기도 했다.

백남준은 그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라면서도 너무 심각한 점을 꼬집어 '개념적 예술가' 라고 부른다.

국내 그룹전에 여러차례 출품했으나 개인전은 77년 이래 처음이다. 국내에서 대중적 주목을 받지 못한데는 한국적 처세가 서투른 탓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95년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상' 사건. 수상자로 내정됐으나 국내 그룹전에 국립현대미술관을 개집으로, 미술관계자들을 개로 비유한 설치작품 '강아지' 를 내놓아 수상이 취소됐다.

작가는 "미술관측에서 '수상자로 결정할 테니 프랑스에서 스폰서를 구해오라' 는 등 모욕적인 요구를 받고 참을 수 없었다" 고 술회한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어야 한다. 미술에 아름다울 美가 들어 있는 것도 반대다" 라는 그는 ' 결혼같은 것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어 ' 현재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