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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을 말한다] '오즈의 마법사' 연출 김시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올해로 출판 1백주년을 맞은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 는 전세계적으로 동화는 물론 영화.뮤지컬.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80년대 들어 미국과 일본에서 뮤지컬로 흥행을 거뒀지만 탄탄한 줄거리와 교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수차례 관객동원에 실패했다.

이는 부모는 밖에서 기다리고 아이들만 공연을 관람하는 아동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가족뮤지컬' 이라는 장르를 국내에 정착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 뮤지컬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어른들 역시 극중에 숨어 있는 주제를 음미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 관객은 복잡한 이야기 구조나 숨어 있는 주제를 이해하기보다는 등장인물과 각종 동물 캐릭터들의 노래와 율동을 통해 동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전체 30여권의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중 제1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각색하고 연출했다.

극중 마녀의 마법에 걸려 남자가 돼 버린 도로시가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힘겨운 여행은 정부 또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은유적으로 꼬집는 것이다.

또 지혜를 얻으려는 허수아비는 농부 혹은 농경사회, 착한 마음을 가지려는 양철나무꾼은 산업사회, 용맹스러운 밀림의 왕으로 거듭나려는 사자는 방향성을 잃어버린 행정가나 정치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과도기적인 우리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를 10년간 장기공연하고 있는 일본에서 무대미술과 음악.안무.조명 전문가를 초빙한 것은 열악한 한국 가족뮤지컬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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