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국 대선후보의 외교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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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2주 사이를 두고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고 선거공약을 채택했다.

선거공약에 나타난 양당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다르며 동북아와 한반도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 '세계지도국' 지향점 일치

민주당은 대외정책의 원칙을 전향적 포용정책(Forward Engagement)이라 부르고, 공화당은 미국 국제주의(American Internationalism)라 불렀다.

이것은 양당이 다 고립주의를 배격하고 세계 지도국의 역할을 담당할 의도가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양당은 그 목적은 같이하고 있으나, 수단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당은 다같이 안보와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 창달을 3대 외교목표로 삼고 있으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화당은 필요하다면 미국 단독으로 행동해야 함을 강조하고, 민주당은 단독행동보다 협력과 포용을 통해 이를 달성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와 같이 상이한 입장은 양당의 일.중.러 정책, 유엔.국제경제기구 정책, 그리고 대량 살상무기 정책 등에 반영돼 있다.

공화당은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고 전략적 경쟁자이므로 포용보다 견제가 필요하며, 대

만은 여하한 경우에도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중국을 대국으로 인정하고 세계 공통문제 해결과 인류보편적 가치 수호를 위해 협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일본에 대해 양당은 동맹관계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공화당은 무역자유화를 추진함에 있어 민주당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을 주장한다.

대량 살상무기와 관련, 공화당은 여하한 경우에도 미국의 우위를 상실해서는 안될 것임을 강조하고,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는 어느 나라가 반대하더라도 추진해야 하며, 러시아가 끝까지 반대하면 탄도탄 요격미사일(ABM)망에서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까지 주장한다.

공화당은 유엔.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등에서 미국이 주도권과 자율권을 상실해서는 안되며, 국제기구의 활동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국제기구를 통한 전향적 포용정책 추구를 강조한다.

한마디로 공화당은 미국 주도에 의한 세계정치.경제질서 창조를 추구하는 반면, 민주당은 세계화 추세를 고려해 세계공동체 테두리 안에서의 지도력 발휘를 강조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외교정책 기조는 한반도에 다음과 같이 투영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양당은 한국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한.미.일 3각협력체제뿐 아니라 중.러의 협력도 이용하려 할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다자협력체제보다 단독으로 행동하거나, 한.미 공조체제에 주로 의존할 것 같다.

이와 관련,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포용정책을, 공화당은 비타협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남북한의 화해과정에 대해 민주당은 자신이 원래 이를 지지했음을 강조하고 한반도에 데탕트가 정착하도록 측면지원할 것이나, 공화당은 북한의 진의를 의심하고 관망의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당이 집권하든 남북 대화과정에서 한.미간에 의견 차이가 생길 것은 불가피하나, 공화당 정부 아래에는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가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 민주당 남북화해 우호적

셋째, 공화당 정부는 중국의 대국화와 영향력 확대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중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NMD체제를 강행하게 되면 미.중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공화당 정부가 NMD체제를 강행하면 러시아와의 관계도 악화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중.러의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더욱 공고화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미.일 동맹관계가 강화되면, 동북아 안보환경은 냉전 초기의 그것과 유사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추론은 양당의 정강에만 의존한 것이다. 미국 정치를 보면 대통령은 자기당의 정강을 그대로 실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통령은 정강뿐만 아니라 여러 이익단체.매스컴.여론 등의 영향을 받는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신의 신념도 외교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공화당의 미국적 세계주의와 민주당의 전향적 포용정책간에는 거시적 차원에서 차이가 있으며, 이 차이가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만은 확실하다.

朴尙植(전 외교안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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