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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어~흥” 호랑이 한 마리 키워 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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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호랑이가 살지 않았던 일본은 예외이지만 동북아 한자문화권에서 호랑이는 ‘덕’과 ‘용맹함’을 상징한다. 중국 민간 설화에서는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는 동물로 그려지고 있다. 사람들은 호랑이가 천궁의 수문장으로, 또는 인간 세상에 내려와 사람을 해치는 동물을 잡아 죽이는 사자의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한국에서도 상서로운 영물로 용과 함께 최고의 지위를 상징하는 동물로 꼽힌다. 용등호약(龍騰虎躍)이란 말은 ‘용과 호랑이처럼 펄펄 뛰어다닌다’는 뜻의 성어로 활약상이 뛰어나고 생기가 발랄한 사람을 설명할 때 쓰인다.

1.‘멸종 위기의 동물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을 장식한 크리스털 호랑이. 스와로브스키. 2. 은 소재의 참 팔찌. 스와로브스키 3. 호피 무늬 천과 크리스털을 이용해 직접 브로치를 만들 수 있는 DIY 키트. www.create-your-style.kr 4. 해학적인 모습의 호랑이 인형과 시계 세트. 스와치.


넥타이·스카프서 휴대전화 줄까지 다양

동양의 신비한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서양 패션 브랜드들이 호랑이해를 맞아 기획 제품을 선보이는 이유도 호랑이가 대표하는 이런 여러 가지 상징성 때문이다. 호랑이의 상서로운 기운들을 몸에 지니고 싶은 마음 혹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 아시아인이라면, 또 동양의 문화에 동경심을 갖는 서양인들이라면 흔히 가질 법한 생각을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호랑이를 액세서리 특유의 귀여운 디자인보다는 본연의 위엄 있고 용맹한 맹수로 표현한 제품이 많다.

열대우림 속에서 앞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세 마리 아기 호랑이를 그린 페라가모의 실크 스카프는 마치 사진을 보는 듯 실감난다. 여성용 스카프에 이렇게 강렬한 그림이 어울릴까, 살짝 걱정된다면 마음 놓기를. 자세히 보면 날카로운 눈빛의 호랑이 무늬는 수많은 꽃무늬로 이뤄져 있다. 말하자면 꽃으로 만든 호랑이다. 남성용 넥타이에서는 브랜드가 기존에 추구해 왔던 컨셉트대로 작은 호랑이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한 무늬를 선보인다. 페라가모는 2007년 실크로 만든 돼지 인형을 휴대전화 줄에 달아 출시했다. 이외에도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거북을 파티용 샌들 장식으로 응용하거나 재물을 상징하는 부엉이를 형상화한 액세서리를 선보여 왔다.

영국의 정통 남성 브랜드 던힐도 커프스 링크, 휴대전화 줄, 머니 클립 등의 액세서리를 만들면서 포효하는 호랑이를 통해 강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5·8. 포효하는 모습으로 강한 남성을 표현한 커프스 링크와 열쇠고리 장식. 던힐. 6. 호랑이 삼형제를 사실적으로 그린 스카프는 빨강·노랑·파랑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7. 작은 아기 호랑이를 프린트한 넥타이. 살바토레 페라가모. 9. 호피 무늬를 크게 부각시켜 꿈틀거리는 생동감을 표현한 머니 클립. 던힐.

귀여운 디자인보다 용맹한 모습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가 출시한 ‘크리스털 호랑이’도 호랑이의 우아하고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소사이어티(SCS)’ 회원들을 위해 한정 판매하는 제품으로, 올해의 호랑이가 ‘멸종 위기의 동물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이다. 스와로브스키는 2008년 판다, 2009년 고릴라 조각상을 선보이면서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보호와 인간의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일깨워 왔다. 호랑이와 나뭇잎이 함께 달린 참 팔찌 디자인도 브랜드가 열중해 온 ‘환경 보호’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시계 브랜드 스와치 또한 12간지에 관심이 많다. 2007 정해년에 ‘황금돼지’, 2008 무자년에 생쥐, 2009 기축년에 ‘황소’ 시계 등을 선보인 스와치는 올해도 ‘황금 호랑이’ 제품을 한정품으로 내놓았다. 시계 다이얼을 반짝이는 황금색으로 하고 가운데 커다랗게 호랑이 호(虎) 자를 새겼다. 또 3시 방향에는 숫자 대신 달리고 있는 호랑이의 역동적 모습을 그려 넣었다.

스와치는 매년 띠 동물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시계와 함께 재치 있는 모양의 인형을 세트로 박스 판매해 왔다. 올해는 ‘레슬링 챔피언’이라도 되는 듯 시계를 벨트에 찬 호랑이 인형이 디자인됐는데 그 얼굴 표정과 발톱 문양이 익살스럽다. 스와치그룹 코리아 홍보 담당 김혜란씨는 “‘매일 사용하는 일상용품일수록 신선한 유머가 넘쳐야 한다는 게 이 시리즈 디자인의 주요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90개만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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