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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툭하면 바뀌는 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금 경제부처 관료들은 뒤숭숭하다. 국회 파행으로 일손을 놓고 나니 이번엔 개각 소용돌이가 닥친 탓이다.

그들은 다음주 초로 넘어간 개각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 를 말한다. 우선은 상당 수 민생.개혁법안들이 국회 외곽에서 잠을 자고 있다. 추경예산안.금융지주회사법.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 제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구조조정으로 가는 길이 멀고 바쁘건만 서둘 재간이 없다.

이번 개각을 놓고서는 당(黨)의 입김이 거세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민주당 누구는 어딜 원하고, 자민련은 2개 부처 장관자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의 푸념은 좀 색다르다. "외국에선 한국의 장관을 영 장관취급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름하여 '코리안 미니스터' (Korean Minister)다. 연례 국제회의 같은 데 한 장관이 두번 얼굴을 내미는 적이 없어 나온 표현이다. 매번 새 얼굴인 장관이 국제무대에서 '따돌림' 당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

실상이 그렇다. '왕따' 여부야 알 수 없지만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건설교통부.해양수산부 장관이 모두 현 정부 출범 이후 세번째라는 점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번에 전면 교체된다면 모두 네번째가 된다. 그렇게 단명하고도 소신 있게 일처리를 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재경부 관계자는 "환란을 겪은 5개국 중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의 재무장관은 한번도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 말하고 있다.

이번 개각은 국민을 '개혁 피로 증후군' 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편으로 불가피하다고 한다. 새 사람을 등장시켜 참신하고 더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논리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불확실성의 강' 을 건너는 중이다. 선봉에 섰던 장수들을 모조리 도중 낙마시키고도 허약한 나라경제를 강 건너편 안전지대까지 몰고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단 한번이라도 같은 장관을 두번째 국제회의에 모시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는 어느 관료의 작은 소망이 언제나 실현될지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허의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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