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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격동 2010 정국 <하> 야권 차기 경쟁 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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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라는 큰 일정을 앞둔 야권은 정세균·정동영·손학규 등 민주당 안팎의 ‘빅3’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친노그룹을 업고 대권주자까지 넘보는 유시민 전 장관의 존재도 변수다. 이들의 각축전이 일단락되는 올 하반기에는 야권에도 대권을 향한 인물군의 우열이 어느 정도 가려질 전망이다.

◆정세균의 리더십은=‘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할 일을 찾아 소처럼 뚜벅뚜벅 걷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4일 제시한 신년 화두다. 그의 앞에는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지방선거에 대비한 공천 개혁 및 무소속 정동영 의원·친노그룹과의 통합이 늦어도 2월 안에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두 차례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 최장수 재임(1년6개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연말 예산 전쟁 패배와 야권 통합 부진으로 인해 임기를 반 년 남기고 리더십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감한 혁신’을 선언해 반전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가 이번 위기를 넘기고 지방선거를 무난히 치를 경우, 당권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정동영의 복당은=정동영 의원은 ‘1월 복당’을 추진하고 있다. 8개월째 무소속 의원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지난달 민주당에 ‘연내 복당’을 요구했다가 예산 전쟁이 거세지자 자진 철회했다. 그러나 이달 중엔 당에 복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3월께 이뤄질 지방선거 공천과 7월 전당대회에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 측은 공천제도 혁신과 친노그룹과의 연대문제 등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 정 의원의 복당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의 복당이 지연되는 이유다. 정 의원 측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을 중심으로 독자 세력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손학규의 복귀는=1년5개월째 강원도 춘천에 칩거해 온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여의도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시기는 ‘이른 봄’이 될 것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한 측근은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라는 판단에선 손 전 대표도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1일 측근 수십 명과 태백산에 올랐다. 칩거로 인해 다소 느슨해진 주변을 챙기려는 뜻이 담긴 산행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4월·10월 재·보선에서 득표력을 입증했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멍에도 벗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취약한 당 내 기반, 사분오열된 야권 환경은 복귀와 동시에 그가 정치력의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는 의미다. 한 측근은 “지지부진한 야권 통합 논의에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지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유시민의 복심은=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유시민 전 장관 등 당 밖에 진을 친 노무현 그룹이다. 유 전 장관을 얼굴로 한 국민참여당은 17일 창당할 예정이고, 이해찬 전 총리의 ‘시민주권모임’의 행보도 민주당이 원하는 재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친노세력 다수가 남아 있는 민주당은 이들을 비판하지도, 아우르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다. 친노그룹의 향배를 가늠할 열쇠는 유 전 장관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참여당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서울시장·경기지사·대권 직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자유선진당, 전국 정당 도약할까=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에게 6월 지방선거는 큰 분수령이다. 선진당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할지, 충청권 맹주조차 위협받을지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이미지 쇄신을 꾀할 걸로 보인다. 박선영 대변인은 “전당대회 전에 당헌·당규 개정을 마무리해 총재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총재직 자체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 외에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후보가 아직 나오지 않아 ‘반쪽 전당대회’의 모습이 이미지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호·임장혁·허진 기자

격동 2010 정국 <상> 여권 차기 경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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