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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장 수뢰 내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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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양만기(梁萬基)한국수출입은행장과 임채주(林采柱)전 국세청장, 김범명(金範明)전 자민련 의원, 민주계 실세였던 A전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문민정부 시절 의류업체로부터 세금 감면 청탁과 함께 수천만~수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일 "중견업체인 N물산의 세금 감면 비리 사건과 관련, 이들에게 금품을 건네줬다는 회사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며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서울지검 특수3부(金佑卿 부장검사)는 N물산으로부터 2억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金전의원의 자진 출석을 통보한 데 이어 梁행장 등을 차례로 소환, 조사키로 했다.

金전의원은 국회 재경위 간사로 있던 1995~96년 세금을 감면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11차례에 걸쳐 2억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金전의원이 지난달 두차례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음에 따라 다음주 초까지 자진 출석을 유도한 뒤 그래도 검찰에 나오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여성의류 제조업체인 N물산은 91~93년 법인세 탈루 사실이 국세청에 적발돼 93년 51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게 되자 국회부의장 보좌관 출신인 金모씨를 회장으로 영입,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6월 金씨 등 이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 "梁행장과 林전국세청장이 재무부 국세심판소 심판관과 국세청 차장으로 있던 95년 세금 감면 부탁과 함께 이들에게 2천만원씩을 건넸다" 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N물산이 94년 민주계 실세였던 A씨에게 현금으로 3억원을 건네주고 세금 감면을 부탁했으며, 이 과정에서 A씨 측근에게 소개비로 5천만원을 줬다는 진술도 함께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N물산이 A씨에게 로비를 펼쳤으나 세금 감면이 잘 안되자 金전의원에게 다시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검찰은 또 N물산이 로비 자금으로 10억원을 마련, 金씨를 통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펼쳤다는 진술에 따라 금품을 받은 인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N물산은 96년 부과세액 중 18억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반론〓梁은행장은 "재무부 국세심판소 심판관으로 있을 때 N물산의 세금 심판건을 다룬 적이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결코 없다" 면서 "아마도 이 회사 브로커들이 당시 사건을 환부(일종의 기각결정)시킨 데 앙심을 품고 허위 진술을 한 것 같다" 고 말했다.

林전국세청장도 "N물산이라는 업체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으며 또 나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金모씨라는 인물을 전혀 모른다" 고 밝혔다.

金전의원 역시 "나와는 무관한 일" 이라고 해명했다.

박재현·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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