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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만 해도 한국경제 우려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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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원화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 또 한국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새해 한국 경제 전망은 밝다.”

수비르 랄(사진)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과장은 지난해 말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6개월 전만 해도 한국 경제를 우려하던 비관론자였지만 IMF 한국 경제 실사단을 이끌고 3주간 서울을 둘러본 뒤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1년 전, 6개월 전에도 서울에 갔는데 갈 때마다 한국의 역동성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공공기관이든 민간부문이든 활력이 넘쳤다. 이번엔 한국 경제의 놀라운 회복을 확인했다. 특히 소비자 신뢰지수가 크게 올라간 게 인상적이었다.”

인도 뉴델리 출신인 그는 델리대학을 졸업한 1989년 도미해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 한국 경제 전망은.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의 2010년 1분기 성장률이 2009년 1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2008년에 경기가 바닥을 쳤고 이젠 성장 원동력이 가동되고 있다. 2010년엔 4.5% 이상 성장할 것이다. ”

-한국의 경제 회복이 빠른 이유는.

“한국 대기업들은 다른 나라 대기업보다 훨씬 좋은 대차대조표를 갖고 경제 침체를 맞았다. 더 많은 현금이 있었던 덕에 다른 나라 기업들이 하지 못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 신축성 있는 환율은 수출에 도움을 줬고, 재정확대와 저금리 정책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IMF는 6개월 전만 해도 한국 경제를 크게 우려하지 않았나.

“한국의 개방경제는 글로벌 경제에 매우 의존적이다. 1년 전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았을 때 한국의 자본 유출은 심각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 부양 조치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는 침체에서 회복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미국이 수입을 줄이고 있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옛날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다양한 지역에 많은 시장을 갖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올해 중반까지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한국은 수출 외에 또 다른 성장의 원동력을 준비해야 할 때다.”

-또 다른 성장 원동력이란.

“한국 경제는 이제 성숙 단계다.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녹색성장 등 미래산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여성과 젊은이,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신경 써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 ”

-한국 부동산 가격은 어떤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문제지만, 강남은 집값만이 아니라 교육 등 구조적 요인이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적정 환율은.

“원화는 아직도 저평가돼 있다. 언제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외화 자금의 흐름, 글로벌 투자, 신흥개발국 시장 등 다양한 요인에 달렸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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