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전당대회 2일째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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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화당 전당대회가 미 대선 열기를 달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간에 벌어지는 가문싸움이 볼 만하다.

전직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과 존 F 케네디가 등장하는가 하면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그를 꺾은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상대 진영 공격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은 전당대회 이틀째인 1일 대회장인 퍼스트 유니언 센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레이건 전 대통령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레이건은 89세의 고령에다 알츠하이머병을 6년째 앓고 있지만 공화당원 사이에선 아직도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 갤럽이 실시한 가장 위대한 대통령 여론조사에서도 레이건은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 이어 4위를 차지했고 루스벨트와는 간발의 차이만을 보였다.

부시 후보측은 대회장에서 레이건 기념 리셉션까지 치렀고 레이건의 부인 낸시와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부부도 대회장에 참석했다.

부시 후보는 자신이 레이건과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최근 "로널드 레이건은 정말 낙관적인 사람인데 나도 낙천적인 사람" 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레이건가(家)를 앞세운다면 민주당은 케네디가에 의존한다. 오는 14~1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는 민주당은 대회 이틀째인 15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케네디 전 대통령의 친딸인 캐럴라인 케네디 슐로스버그(42.변호사)를 연사로 등장시킨다.

이날의 화제 인물은 캐럴라인이다. 그녀는 고(故) 케네디 전 대통령의 살아 있는 유일한 자녀다. 동생 존 F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해 7월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캐럴라인은 공개적인 활동을 피해오다 아버지가 1960년 7월 로스앤젤레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된 뒤 40년 만에 다시 열리는 LA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초청 제의를 수락했다.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 부자간의 비난공세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클린턴은 지난달 31일 "부시 지사는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출마했고 '자애로운 보수주의' 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며 부시 지사를 공격했다.

그러자 부시 전 대통령은 그날 밤 기자회견을 열어 "계속 내 아들을 공격하면 참지 않겠다" 며 클린턴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당사자인 부시 후보는 유세를 마칠 때마다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당선하면 대통령직의 명예와 권위를 준수하겠다" 고 말해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가 클린턴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고 아들이 클린턴의 후계자인 앨 고어 부통령과 맞붙는다는 복잡한 은원관계에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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