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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한진 등 9개그룹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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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6대 그룹 중 9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낼 만큼 허약 체질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일 발표한 16대 그룹의 결합재무제표를 보면 국내 재벌그룹의 건강상태와 체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동안에도 재벌 계열사간의 내부거래를 보여주는 연결재무제표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출자관계가 있는 계열사끼리만 묶어놓은 자료여서 그룹 전체의 실상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결합재무제표는 재벌 그룹들의 첫번째 종합검진 결과로 볼 수 있다.

◇ 기초체력 낙제점=사실상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16개 그룹 가운데 9개 그룹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 낙제수준으로 드러났다.

영업이익을 순이자비용(이자비용-이자수입)으로 나눈 영업이익 이자보상 배율을 보면 9개 그룹이 1 미만으로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컸다. 현대그룹 조차 0.91에 불과했다.

영업을 해 번 이익금으로 빌린 돈의 이자 가운데 91%밖에 갚지 못했다는 뜻이다. 코오롱·한라·강원산업 그룹은 그나마 영업이익이 적자였다.

나머지 그룹도 삼성·롯데그룹을 빼고는 모두 1이 조금 넘어 기초체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비금융 계열사만 따지면 16개 그룹 가운데 삼성·LG·SK·롯데 등 4개 그룹만 1이 넘었다.

LG경제연구원 오정훈 책임연구원은 "이자 정도는 영업에서 얻는 이익으로 갚아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며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라는 것은 기업경영에 이상신호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고 지적했다.

◇ '피하 지방' 더 제거해야〓16대 그룹의 매출액이 4백74조3천억원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34.9%인 1백65조6천억원은 계열사끼리 사고 판 내부거래로 올린 것이었다.

외형은 엄청나게 컸지만 내부거래라는 '지방' 이 잔뜩 끼어 있었다는 얘기다.

이는 4대 그룹이 훨씬 심했다. 4대 그룹의 내부 매출액은 1백55조2천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9.2%에 달했다. 특히 삼성은 전체 매출액의 41.7%가 계열사간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4대 그룹의 자본규모 69조6천억원 가운데서도 계열사간 출자분이 43조1천억원에 달해 내부거래 비중이 38.2%에 달했다. 4대 그룹 자산의 17.8%도 내부거래를 통한 것이었다.

금감원은 "국내 4대 그룹은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한 경우가 많아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왔다" 며 "수직계열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거래 비중이 크면 그만큼 계열사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계열사 하나가 어려워지면 전체 그룹이 흔들리게 되는 문제가 있다.

◇ 허약체질에 발육도 불균형〓부채가 많으면 금융시장에 찬바람이 불 때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특히 쌍용그룹(1천7백89.2%)과 강원산업그룹(9백73.5%)의 부채비율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비금융계열사보다 금융계열사가, 국내법인보다 해외법인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4대 그룹은 이같은 수익성 격차가 더 심하다. 4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금융계열사 영업이익률(4.91%)은 비금융계열사(4.24%) 보다 높다.

이에 비해 4대 그룹은 금융계열사의 이익률(1.33%)이 비금융계열사(8.18%)에 훨씬 못미쳤다. 계열 금융기관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에 무리하게 돈을 퍼줬다가 물린 게 많았다는 얘기다. 해외영업에선 모든 그룹이 국내영업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

정경민·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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