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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 담아낸 '바흐의 선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가리켜 모차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의 아버지다" . 바로크 음악의 거장 바흐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팝.재즈.록에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는 상상력의 보고(寶庫),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음악적 영감을 찾아 바흐에 '귀의' 하는 작곡가.연주가들은 여기서 광채나는 보석을 캐고 답답한 갈증을 달랜다.

그래서 시대를 초월해 생명력을 발휘하는 바흐의 음악을 가리켜 '명곡' 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날씨도 무더운데 지난달 28일 서거 2백50주기를 맞은 바흐의 음악을 재즈로 들어보면 어떨까. '바흐와 재즈의 결합' 하면 떠오르는 사람, 프랑스 피아니스트 자크 루시에(65)가 자신이 이끄는 트리오와 함께 '골드베르크 변주곡' (텔락.02-512-6536)과 '테이크 바흐' (텔덱.02-557-5691)를 냈다.

32마디에 걸친 베이스 패턴으로 구성된 주제(아리아)에 이어 30개의 변주가 펼쳐지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은 피아니스트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명곡. 루시에의 연주는 각 변주(악장)를 개성있는 '세밀화(細密畵)' 연작으로 그려낸다.

오른손과 왼손이 약간 다른 음색을 내는 2단짜리 하프시코드를 위해 쓴 곡이라 왼손 파트를 더블베이스에게 주는 식으로 편곡해 대조적인 음색을 빚어낸다.

한편 '테이크 바흐' 는 터키 출신 쌍둥이 여성 피아노 듀오 페키넬 자매와 함께 건반악기를 위한 바흐의 협주곡을 녹음한 것.

바흐의 2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c단조 BWV 1060, 네 손을 위한 협주곡 C장조 BWV 1061, 3대의 건반악기를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63, 여기에 칸타타 BWV 147에 나오는 유명한 코랄 '예수는 나의 기쁨' 이 함께 수록돼 있다.

말하자면 건반악기와 관현악을 위한 바흐의 작품들이 3대의 피아노가 등장하는 재즈로 편곡된 것이다.

루시에가 바흐를 재즈에 결합하는 작업을 처음 시도한 것은 1959년. 그의 나이 24세 때의 일이다. 파리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나이트 클럽에서 재즈를 연주했다.

그는 더블베이스와 드럼을 곁들인 '플레이 바흐 트리오' 를 결성해 바흐의 작품을 재즈 즉흥연주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앙상블 이름에서 보듯 바흐는 자크 루시에의 평생 화두였다. 60~63년 데카 레이블로 기념비적인 4장의 앨범을 냈고 이들 음반은 15년 동안 무려 6백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대중적 인기와는 거리가 먼 바흐와 재즈의 결합에 성공한 그가 80년대 들어 록.재즈.클래식을 결합한 퓨전 음악을 선보였다. 하지만 85년 바흐 탄생 3백주년을 맞아 애초의 트리오 편성으로 되돌아갔다.

한편 트럼펫과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발레음악, 프랑스혁명 2백주년기념 '삼색기' 등을 발표하면서 작곡에 몰두했다. 텔락 레이블로 비발디의 '사계' , 사티의 '짐노페디' , 라벨의 '볼레로' 가 나온 것도 이 즈음의 일이다.

루시에가 재즈로 재해석한 바흐는 더 이상 고풍스런 바로크 음악이 아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더니즘과 함께 유연성과 자유분방함으로 가득차 있는 '오늘의 음악' 이다.

이미 텔락 레이블로 출반돼 있는 '루시에 플레이 바흐' 에는 '푸가 제5번 D장조' '이탈리아 협주곡' '협주곡 d단조' , '바흐 북' 에는 '평균율 제1번 전주곡 C장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 D장조' '하프시코드 협주곡 D장조' 등이 수록돼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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