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출장' 11번째 북 촬영기사 최영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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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도 자주 오니까 이제 남의 동네 같디 않아요. "

남북 장관급회담의 북측 수행기자인 조선기록영화촬영소 소속 촬영기사 최영화(崔榮華.62)씨는 "(서울이)친근하고 편하다" 고 소감을 밝혔다.

崔씨는 희끗희끗한 머리에도 독일제 35㎜ 영사기를 어깨에 둘러메고 회담장을 누벼 우리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崔씨의 서울행은 이번이 11번째. 1972년 9월 남북 적십자회담 취재부터 지난 6월 평양교예단 방문까지 북한 인사로는 최다 서울 출장 기록을 갖고 있다.

낯설고 두렵기만 했던 초행길과 달리 이제는 우리측 기자들을 보면 반갑게 인사를 건넬 정도로 익숙해졌다.

방문할 때마다 언젠가 중요한 기록이 될 것 같아 찍어놓은 서울의 모습은 다큐멘터리를 꾸며도 될 정도의 방대한 양이 됐다고 한다.

그는 북한 현대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평양영화연극학교를 졸업한 뒤 조선기록영화촬영소에 들어가 김일성(金日成)전 주석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따라다니며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북한TV에서 방영된 金주석의 다큐멘터리도 그의 작품이다.

崔씨는 회담장에서도 각별한 대접을 받는다. 취재진을 배제하고 비공개로 이뤄지는 회담에 그는 북측의 공식기록원으로 출입을 허락받는다.

6.15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의 방문 전과정을 따라다녔던 崔씨는 "金대통령은 남한의 어느 집권자보다도 통일의지가 높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며 "지금 평양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양쪽 인민들이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도록 남북 언론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고 당부했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고 말하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장기수 송환 등에 관한 구체적 문제가 다뤄지지는 않을 것" 이라고 나름대로 전망했다.

장정훈.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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