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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 이래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대그룹 돌아가는 모양이 아슬아슬하다. 갖가지 루머 속에서 위기설이 증폭되는 가운데 현대건설 등 8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몽구-몽헌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계열사간 내분까지 생겨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이 더욱 요동을 친다. 급기야 재정경제부장관이 나서 "현대건설 자금사정은 문제없다" 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자칫하다간 멀쩡한 현대 계열사까지 멍드는 것은 물론 한국경제 전반에 충격이 온다는 점에서 현대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과 실행을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

가장 급한 것은 현대의 자구(自救) '실천' 이다. 현대가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의 동반퇴진을 비롯한 자구노력을 발표한 지 두달여가 지났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안 보인다.

형제간 갈등과 현대-정부간 반목은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자금사정도 악화조짐을 보인다.

은행 돈으로 연명하고 임직원 월급도 제때 못주면서 대북사업에는 뭉칫돈을 쏟아붓는 모습도 시장의 신뢰를 잃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는 변해야 한다. 시장도 언제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발표에 그칠 게 아니라 팔 건 팔고 줄일 것은 과감히 줄이는 등 강한 실천적 자구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슨 수를 쓰든 경영권 분쟁도 종식하고 계열분리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회복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자구를 전제로 정부와 금융권도 현대 정상화를 지원해야 한다.

요즘처럼 금융기관들이 조그만 소문에도 일시에 자금 회수에 들어가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면 견뎌낼 장사가 없다. 이런 일들이 금융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옥석을 가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현대건설 같은 기업이 루머 때문에 휘청거리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또 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처방과 동시에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나 원칙을 흐트러뜨려선 안된다. 만의 하나 대북(對北)사업 등에 발목이 잡혀 대세를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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