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한반도 안정 지지 영향력 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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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저명한 언론인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아사히(朝日)신문 편집위원을 만나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의 의의 등을 들어봤다.

아사히신문의 베이징(北京).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후나바시는 '동맹 표류' 등 다수의 책을 냈으며 지난해 총리 자문기관인 '21세기 일본의 구상' 간담회 멤버로 활약했다.

-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은 두 가지 도박을 했다. 하나는 태풍이 잦은 오키나와(沖繩)를 개최지로 정한 것이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회담장을 옮기는 일은 없었다. 클린턴 미 대통령의 연설로 현지 주민의 응어리가 상당히 풀린 것도 성과다. 오키나와 개최 도박은 성공했다. 다른 하나는 회담에 중국을 초청하는 것이었으나 실패했다. 중국은 일본이 정치대국이 되는 데 대한 경계심도 가졌을 것이다. 중국과 더불어 한국.인도.인도네시아를 초청하려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총리의 구상은 무산됐다. "

- 이번 회담에서 과거와 다른 점을 찾는다면.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초청돼 정식으로 G8이 됐다. 그런데 이번엔 강한 러시아를 표방한 푸틴 태통령이 참가해 회담은 딜레마를 안게 됐다. 안정되고 어느 정도 강한 러시아는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희생하려는 러시아, 대국주의.일국주의적 러시아가 등장하면 당초의 주요 7개국(G7)은 무엇을 위해 러시아를 원조하고 G8에 포함시켰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경제 이외의 문제가 의제로 된 것도 특징이다. 이번에 비정부기구(NGO)센터를 별도로 설치하고, 사회 분야 의제를 다룬 것은 그런 흐름의 반영이다. "

- 한반도 특별성명에 대한 평가는.

"러시아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러시아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계획을 정상회담 안으로 끌어들였다. 당초 특별성명은 남북 정상회담 후의 새 조류를 높이 평가하려 했지만 NMD문제에 걸려 의미가 다소 후퇴한 것 같다. 러시아는 북한을 외교 카드로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G8이 한반도 안정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로 지지한 것은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아시아에 대한 유럽의 영향력이 현저히 저하하고 있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

- 오키나와 현민은 이번 회담을 미군기지 문제 해결의 계기로 삼으려 했는데.

"클린턴 대통령은 미군 기지와 병력의 축소를 약속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미.일 합의 틀 안에서 기지의 정리.축소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지가 오키나와 사회생활에 주는 영향력을 줄이자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오키나와에서 해병대를 철수하는 절차를 밟을지도 모른다. "

- 남북 정상회담이 오키나와 기지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한반도 긴장완화가 곧바로 기지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오키나와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증가하고 있다. 클린턴도 이를 확인했다. 당분간 기지 규모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남북이 주역이 돼 통합(통일)을 향한 틀을 만들 때 기지를 축소하는 연동성을 보여야 한다고 본다. "

오키나와〓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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