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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전수천씨 '드로잉' 계획 발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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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미대륙 6천㎞를 횡단하는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보자. 대륙횡단 열차에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천을 씌워 뉴욕에서 LA까지 달리게 하면 그 아니 장관이겠는가.

애리조나 사막에는 1천개의 달을 띄운 모니터 3백65대를 설치하자. 세종대왕의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1천개의 강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노래한다는 뜻이 아니었던가.

이는 아마추어의 한줄기 몽상이 아니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한 설치미술가 전수천(53.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씨가 추진 중인 야심찬 프로젝트다.

전씨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Amtrack(미국철도여객수송공사) 2001 움직이는 드로잉'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대륙전체를 캔버스로 삼고, 은빛 천을 씌운 Amtrack열차 11량(길이 2백m)을 붓으로 삼아 열차의 주행자체를 거대한 드로잉으로 전환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드로잉' 은 상공의 헬기가 계속 따라가며 촬영해 방영하게 된다.

열차는 2001년 5월1일 미국 동부의 뉴욕을 출발, 워싱턴 DC.시카고.캔사스시티.알부케크를 거쳐 12일에 종착역인 서부의 LA에 도착하게 된다.

열차 안에서는 세계의 석학들이 모여 문화.예술.환경 등의 주제로 토론을 벌이며 이 장면은 위성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하도록 한다.

열차 한량은 놀이관으로 개조해 모든 탑승객들이 소규모 공연과 놀이를 즐기면서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는 인류애를 다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열차의 중간 기착지인 산타페 부근의 애리조나 사막에는 강물에 비친 1천개의 달 영상을 담은 모니터 3백65대로 설치작품 '월인천강지곡' 을 만든다.

열차가 경유하는 역사및 인근 지역에서는 한국 전통예술 공연을 펼친다.

공연은 ▶30여명이 펼치는 북 합주▶전통무용▶국악 8중주▶보름달이 뜬 애리조나 사막에서 30여명이 동시에 연주하는 대금 심포니▶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등으로 구성한다.

마지막으로 애리조나 사막에서는 이들 전통공연단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퍼포먼스와 축제를 벌인다.

열차에는 일반 관광객 2백명과 세계 석학, 진행요원 등 3백50여명만 탑승하도록 한다.

행사 주관은 전씨가 현재 구성 중인 추진위원회에서, 주최는 공연기획사인 '실험미술 do it' 에서 맡도록 한다.

앞으로 후원은 문화관광부.한국관광공사.Amtrack.주미 한국대사관.국내외 방송사에서 하도록 섭외를 진행 중이거나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협찬도 얻어내야 한다.

2001년 5월1일로 시작날짜를 잡은 것은 이날이 Amtrack 창사 30주년이 되기 때문에 후원을 쉽게 얻자는 의도도 숨어있다.

전씨는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약 3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료수입, 협찬 등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2001년 1월부터는 찬조금을 내고 이 열차에 탑승할 관광객을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1백명씩 모집할 예정이다.

탑승 요금은 내국인의 경우 항공료.숙식 일체를 포함하는 실비 5백만원에 찬조금 5백만원을 더한 1천만원이 될 예정이다.

2백명이 각각 5백만원씩의 찬조금을 내면 10억원을 모금할 수 있다는 계산.

전씨는 "열차 내외부의 풍경과 공연 등은 세계의 주요 방송이 매일 30분씩 이라도 방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 이라며 "한국의 KBS, 일본의 NHK, 미국의 CNN 등과 섭외를 진행 중이거나 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민족의 상징이자 무한한 가능성의 표상인 흰색을 이용해 광활한 대지를 무대로 펼쳐지는 서사시적 이벤트이자 설치미술" 이라며 "미국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93년도부터 꾸준히 구상해온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각계 인사와 협력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 이라고 밝혔다.

조현욱 기자

▶'Amtrack' 프로젝트 내용

▩ 내년 5월1일 뉴욕 출발 12일 LA 도착' 6, 000㎞ 횡단'

▩ 열차는 백의민족 상징인 흰천으로 씌워

▩ 세계 석학.관광객'.진행요원' 등 350여명만 탑승

▩ 헬기로 촬영 위성방송.인터넷에 생중계

▩ 애리조나 사막에 '모니터 3백65대 설치 ' '월인천강지곡' 설치

▩ 역 및 인근지역에선 한국 전통 예술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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