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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돈 U턴' 기대 무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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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은행과 채권시장으로 몰려간 자금이 7월부터는 주식시장으로 환류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산되면서 증시가 빈사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달 내놓은 대책들이 부처간 이견이나 국회 파행으로 당분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침체장세가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갈수록 꼬이는 자금흐름〓지난달 하순까지만 해도 증시관계자들은 기업자금난의 최대 고비였던 6월 말을 넘기면 은행권이나 채권시장 주변에 몰려 있던 돈이 투신권 등 증시 주변으로 서서히 옮겨올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신탁의 비과세 수익증권과 사모(私募)펀드, 은행 단기신탁도 7월부터 판매되는 데다 10조원 규모의 채권전용 펀드까지 조성되면 중소.중견기업들의 자금난도 숨통이 트여 6월 내내 증시를 짓눌러 왔던 중견그룹 연쇄 부도의 불안감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막상 7월 들어서도 자금흐름의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에서 무려 1조7천여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외상거래대금(미수금)이 보름여 새 1천5백억원 가까이 늘었다.

반면 투신 채권형 수익증권과 MMF는 7조5천여억원이 늘었다.

MMF는 단기상품이지만 이 가운데 2조원 정도는 비과세 수익증권 예약 판매분이고 이중 99%가 채권형이어서 대부분 채권시장으로 흘러갈 자금이라는 게 투신업계의 설명이다(한국투신 이혁근 마케팅팀장).

◇ 기관의 매도공세 재발〓지난달 중순까지 '묻지마 팔자' 에 가까웠던 투신의 매도공세가 하순 들어 누그러졌던 이유는 7월부터 증시 주변으로 자금이 옮겨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는데 이 기대가 빗나가자 최근 투신이 다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투신은 지난 10일 이후 7일 동안에만 무려 6천2백억원 안팎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투신의 팔자 물량을 거래소 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받아주고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받아줬지만 19일부터는 외국인과 개인의 사자도 주춤해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거래량.거래대금도 급감했다.

◇ 잇따른 악재〓지난 4일 터진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은 되살아나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됐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주가조작 사건의 회오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투신의 매도공세를 정면으로 맞자 빈사상태에 빠졌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제도가 연내 폐지될 경우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상당수가 곧바로 파산절차에 들어갈 것이란 소식도 나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을 휩쓸고 있는 환율급등 사태도 증시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 정부의 땜질식 처방〓문제는 정부가 지난달 잇따라 발표한 대책들이 대부분 표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5월 하순 현대사태가 터지자 비과세 수익증권을 내놓았고 지난달 16일에는 은행.보험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들로부터 10조원을 모아 채권전용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23일에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겠다며 사모펀드 도입과 주식매집 신고의무 완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재 정부가 밝힌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조치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비과세 수익증권은 농어촌특별세 부과를 놓고 부처간 이견을 보인 데다 국회 파행으로 예약 판매에 그치고 있으며 채권전용 펀드는 은행.보험사의 비협조 때문에 조성액이 3조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사모펀드는 당초 재정경제부의 발표와 달리 주식매집에 대한 신고의무를 완화해주지 않아 사실상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자금흐름의 매듭을 풀어야〓유리자산운용의 박용국 이사는 "정부대책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져 6월 중순의 증시침체보다 더 심한 증시폭락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며 "정부대책을 실행에 옮겨 꼬일 대로 꼬인 자금흐름의 매듭을 푸는 게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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